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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김태희는 장옥정을 연기하고 있다. 장옥정? 처음 들었을 때는 누구인지 몰랐다. 알고보니 역사 속 요부 장희빈의 본명이란다. 조선 숙종 때 왕과 궁궐을 치마폭에 감싼 그 장희빈의 이름이 장옥정이었다니... 역사적 특수성과 경국지색의 미모, 사약을 통한 비극적 죽음 등 장희빈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장희빈을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다는 그 기대감을 안고 '장옥정'을 봤다. 김태희는 역시 예뻤다. 그런데 어김없이 연기력 논란이 제기됐다. 김태희는 지난달 8일 첫 방송 이후 항상 평가의 대상이었다. 김태희의 연기력은 매 회 도마 위에 올려 졌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장옥정'은 장희빈의 본명을 사용한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장희빈을 그린다. 권모술수에 능한 희대의 요부이자 악녀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울고 웃은 여성 장희빈을 재조명하려 했다. 그래서 악독한 장희빈이 아닌 착한 장옥정이 등장했다. 장희빈의 열혈 팬들은 카리스마를 상실한 장옥정에게서 어색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온전히 김태희에게 돌렸다.
시청자들은 지금도 '장옥정'이 아닌 김태희를 보고 있다. "김태희가 이번에는 연기를 잘할까?", "김태희의 연기가 도대체 어떻길래", "다른 배우들은 연기를 잘하나?"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대중을 시청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빠져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 몰입을 하기 이전에 김태희의 연기를 평가하기에 정신이 없다.
극 초반 김태희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혹평했던 시청자들은 이제 "전보다 나아졌다", "무난하다"고 말한다. 극 초반 날선 평가를 내린 것에 비하면 김태희의 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일까. 김태희가 연기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그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 사태가 김태희에게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김태희는 데뷔 10년이 넘은 배우다. 1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 연기력 논란이 첫 사극에 도전하는 김태희에 대한 우려와 전작의 부족한 연기에서 나온 선입견이라 하더라도 배우라면 자신의 연기로 항간의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유독 김태희에게만 가혹하게 제기되는 연기력 논란도 그런 김태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자 기대감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장옥정'에서 김태희는 중전마마로 채택된 인현(홍수현)과 대치했다. 왕 이순(유아인)을 얻기 위한 신경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악녀' 장희빈의 본성이 조금씩 드러났다. 착한 장희빈을 연기하며 기존 장희빈과의 간극을 연기력으로 메우지 못했던 김태희에게 장희빈 특유의 카리스마는 천군만마로 느껴질 것이다.
향후 장옥정이 악녀로 변하면서 김태희의 연기력은 또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악녀로 변신하는 장옥정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만큼 김태희가 짊어진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김태희가 초반의 연기력 논란을 씻고 대중에 호평받기 위해서는 장희빈에 기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장희빈이 되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김태희의 연기를 평가하기보다 장옥정의 삶을 보고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장옥정'에 출연중인 배우 김태희. 사진 = SBS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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