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포항 김진성 기자] “리드만 잡으면 셋 다 집어넣을 수 있죠.”
10일 포항구장. KIA 선동열 감독은 주중 롯데와의 홈 3연전서 뜻밖의 2패를 당했으나 은근히 자신감을 보였다. “초반 리드만 잡으면”이라는 단서를 단 뒤 삼성 최강 불펜과 대등하게 싸워볼 만하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은범. 그리고 선발 스테미너를 키울 때까지 당분간 불펜 대기하는 윤석민까지. 두 사람을 마무리 앤서니 르루 앞에 쓰면 삼성 최강 불펜진과도 승부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KIA는 4월 26일~28일 삼성과의 시즌 첫 3연전서 1승2패했다. 패배한 2경기 모두 경기 후반 승부가 갈리거나 뒤집혔다. 불펜이 허약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올 시즌 막판 뒤집힌 경기가 3경기는 될 것이다”라고 했다. 선 감독은 송은범 영입효과를 톡톡히 보고 싶어 했다. 오로지 변수는 타선과 선발 임준섭이었다. 롯데와의 2경기서 터지지 않은 타선이 터져줘서 리드를 잡고 임준섭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임시 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송은범~윤석민~앤서니를 내세워 삼성과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의지.
선 감독은 주중 롯데전 2연패 원인으로 “유먼, 옥스프링의 공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타자들의 방망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선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KIA는 이날 경기서 타선이 또 다시 침묵했다. 업 다운이 있는 게 타격. 지금 KIA 타선의 공격력은 분명 ‘다운’모드다. 더구나 이날 삼성 선발 장원삼은 1회 변화구가 높게 제구 되는 등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KIA로선 초반에 장원삼을 무너뜨린 뒤 강해진 불펜을 가동한다면 승산이 높은 게임.
임준섭은 호투했다. 삼성 타선을 6이닝 동안 3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타선이 장원삼에게 6⅓이닝 무득점으로 막혔다. 특히 1회가 아쉬웠다. 선두 이용규의 2루 땅볼 타구가 1루수 채태인의 실책이 됐고, 패스트볼로 무사 3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김선빈이 포수 파울 플라이, 최희섭이 짧은 좌익수 플라이, 이범호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흔들리던 장원삼을 다잡아주는 모양새가 됐다.
실책도 나왔다. 0-2로 뒤지던 3회 1사 1,3루 위기 상황. 임준섭이 박석민을 삼진 처리했으나 최형우가 2루로 뛰자 포수 이성우가 2루에 악송구를 한 것. 결국 3루주자 이승엽을 홈에 보내줬다. 최형우는 애당초 공이 송구가 되자 2루로 향하는 속도를 줄였다. 3루주자 이승엽만 더블스틸을 통해 홈을 밟으면 자신은 아웃되도 된다는 의미. 그러나 이성우의 송구 실책으로 삼성은 1점을 추가로 얻었다. 이게 이날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승부는 갈렸다. 그러나 선발 임준섭은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앞세워 눈부신 피칭을 했다. 2회 2실점했으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경기운영능력이 좋았다. 3회 포수 악송구로 1점을 내준 뒤 11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며 6회까지 소화했다. 삼성 장원삼도 이닝을 거듭하면서 스트라이크 수를 늘려갔다. 투구 밸런스를 살리면서 투구수도 줄이면서 페이스를 회복했다. 6⅓이닝 무실점 완벽투. 선발들의 눈부신 투수전이 펼쳐졌다.
KIA로선 초반 장원삼을 무너뜨리고 3회 결정적 악송구가 없었다면 윤석민, 송은범, 앤서니를 차례로 투입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반 리드를 잡지 못하면서 송은범 효과를 누리지도 못했다. 반대로 삼성은 초반에 승부를 가른 뒤 투수력으로 리드를 지키면서 KIA의 뉴 불펜이 등판할 기회 자체를 차단했다. 결국 예상됐던 두 팀의 불펜 빅뱅은 없었다. 대신 선발투수들의 눈부신 호투가 포항구장을 빛냈다.
[장원삼(위), 임준섭(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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