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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지난 2010년 케이블채널 엠넷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슈스케2)에 도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년차 가수가 됐다.
김보경. 작은 키에 여린 외모지만 꿋꿋하고 다부진 모습으로 오디션에 임했던 그녀는 최근 신곡을 들고 다시금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녀는 아직도 스물네살에 앳된 소녀같은 인상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음악적 열정과 깊은 내공이 엿보였다.
김보경은 10일 신곡 ‘사랑 끝’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앞서 김보경은 지난 3일 KBS 2TV ‘뮤직뱅크’를 통해 이미 ‘사랑 끝’의 첫 무대도 선보였다.
‘사랑 끝’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담은 서정적인 발라드곡이다. 기타를 메고 록을 하는 모습이 더 어울릴 것 같던 김보경이 여성스런 발라드로 돌아와 조금 의아함을 자아낸다.
“나도 기타는 내 손에서 못 놓겠더라. 이에 소속사와 합의하에 개인적으로 록 밴드는 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컴백에서는 내게 가장 부담스럽지 않게 내 목소리를 잘 들어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발라드로 나오게 됐다. 아직 내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내 슬픈 느낌의 목소리가 발라드에 어울린다는 주위 분들의 얘기에 공감했다. 기타와 록은 시기가 조금 늦어질 뿐이지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더 보여주고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보경은 발라드로, 그리고 따뜻한 봄에 활동을 한다는 것에도 남다른 기대를 드러냈다. “그간 찬바람이 불 때 활동을 해와서 그런가 봄에 활동하니 새롭다. 심적 부담은 별로 없다. 요즘 봄, 벚꽃 등 상큼한 시즌송들이 많이 사랑받고 있긴 하지만 봄에도 여름에도 이별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지 않을까? ‘5월인데 처절한 발라드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되려 내가 부르는 이별 노래가 더 와 닿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랑 끝’은 제목에 비하인드가 있다. 원래 ‘송가’라는 가제에서 이후 ‘참 나쁜 사람’이란 제목으로 확정되는 듯 싶었다가 공교롭게도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최근 유행어로 이 말이 많이 쓰이면서 제목을 바꾸게 됐다.
“가사도 좀 수정이 됐다. 처음 들었을 때는 가사가 바로 이해가 안 됐다. 디테일하지 않은 가사였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려면 바로 앞에서 그려지듯이 가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렇게 가사가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처음 앞부분만 듣고도 눈물이 났다. 가사랑 멜로디가 너무 슬펐다.”
“요즘 오디션 출신들, 잘해도 너~~무 잘해”
오디션 출신으로 가수 데뷔, 자연스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동료 가수들에 대해 이목이 쏠릴 터. 최근에는 같은 ‘슈스케’ 출신 로이킴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이 출신의 한계를 넘어 폭넓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보경 역시 반색하며 환영했다.
“요즘 오디션 프로나 차트를 봐도 로이킴, 악동뮤지션, 유승우 등 기타 든 이들이 많이 나오고 사랑받고 있어 더 좋다. 대중에게 이제야 어쿠스틱한 음악에 대한 귀가 열린 것 같다. 잘 돼서 정말 기분 좋다.”
특히 SBS ‘K팝스타2’ 우승팀 악동뮤지션에 대해선 소름이 끼쳤다고 손을 치켜들었다. “잘해도 너~무 잘해서 소름끼친다. 나이도 어린데 저렇게 표현 한다는게 막 몰라서 할 수 있는건지 알고 하는 건지 포커페이스로 하는 건지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 신선하다. 가사 쓰는 것도 노래하는 방법도 귀엽고...”
‘슈스케’ 출신이란 꼬리표도 좋단다. 오디션 당시 가정환경 등이 너무 부각돼 우울한 모습으로만 비춰진 것 같아 아쉽지만 더는 출신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보였다. 단, 연습생 기간을 거쳐서 가수가 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자격지심은 있었다고 했다.
“대학교에서 공부도 더 하고 또 보컬 트레이닝에 레슨도 받고 이런 저런 과정을 다 생략하고 오디션으로 갑자기 가수가 됐기 때문에 처음엔 제대로 가고 있는 길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남들과 순서는 다르지만 내 살아온 길들이 모두 연습 과정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이전에 가야금 병창을 했던 것, 연극과 뮤지컬 등 연기를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여러 운동을 하면서 비축했던 체력까지도 모든 경험이 트레이닝이 된 것 같다. 가수로서 도움이 많이 됐다.”
또 가수 데뷔 전후 김보경의 가장 큰 변화는 노래할 때 드는 책임감, 즉 마음가짐이다. “KBS 2TV ‘학교2012’ OST ‘혼자라고 생각말기’가 한창 나올 때 내 미니홈피에 ‘수험생인데 언니 노래 듣고 힘이 난다’, ‘자살을 생각했었는 데 이 음악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내용의 쪽지들이 날라오곤 했다. 나도 학창시절 내게 어떤 조언보다 힘이 돼 준 노래가 바로 켈리 클락슨의 ‘비코즈 오브 유(Because of you)’였다. 이제는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탈출구, 비상구의 역할을 하고 힘을 줄 수 있다니 뿌듯하고 울컥했다. 노래가 주는 힘은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음악으로 세상이 순화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수로서 책임감이 생긴다.”
김보경은 욕심이 많은 가수다. 핑크나 레이디가가처럼 퍼포먼스적으로 멋지고 새 시도를 하는 가수들도 동경하고 무엇보다 YB 밴드의 윤도현이 자신의 롤모델이란다.
“솔로에 밴드까지 다 할 수 있는 선배가 바로 윤도현이다. 발라드를 부르실 때랑 록을 할 때 다른 사람처럼 달라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나도 ‘여자 윤도현’이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 여자 밴드도 흔치않고 여자 솔로 가수도 청순하거나 섹시한 가수는 많지만 편안하면서 파워풀한 매력의 가수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그 길을 닦고 싶다.”
김보경이 ‘여자 윤도현’을 꿈꾸는 이유는 또 있다. 윤도현처럼 가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끼를 표출하고 싶은 것. 이에 그의 목표 중엔 뮤지컬 배우, 특히 자신의 노래 외 또 하나의 장기(?)를 살려 액션 배우를 꿈꾼다.
김보경은 외모와는 반전되게 어린시절부터 운동 선수를 제의받을 만큼 농구, 다이빙, 사격, 배드민턴, 여자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을 배웠고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고등학교 때는 남녀 학생 통틀어 학교 내 체력장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단다. 현재는 킥복싱을 배우고 있다는 김보경은 “지금은 노래하는 사람이 됐지만 나중엔 액션 영화배우도 하고 싶다. 안젤리나 졸리처럼”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나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다. ‘슈스케’ 이후 첫 이미지가 너무 힘든 면만 부각됐는데 그 모습보단 다른 모습들이 더 많고 앞으로는 나를 보며 어떨 땐 용기를, 어떨 땐 위로를 받으면서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활동이 꾸준하지 않던 나를 그래도 꾸준히 찾아줬던 이유는 내가 꾸밀 줄 모르고 솔직하게, 진정성 있게 노래를 부르려고 해서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대중들이 나를 떠올리면 ‘김보경 노래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김보경. 사진 =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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