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중일 감독의 시스템야구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류 감독이 펼치는 시스템 야구의 실체는 무엇일까. 일종의 관리야구다. 풍부한 선수층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특성과 기준이 명확해 합리적인 경기운영이 가능하다. 벤치와 선수의 호흡이 절정에 다다른 상황. 단순히 선수 몇명이 부진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해서 흔들리는 시스템이 아니다.
결국 7연승. 14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올 시즌 첫 단독선두 등극. 삼성은 지난해 7월 1일 목동 넥센전서 승리한 뒤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69경기(37승2무30패)만이었다. 올 시즌엔 작년보다 1달 반이 빨랐다. 불과 30경기만의 선두. 엄청난 성과다. 작년보다 내부적인 전력은 분명 약해졌다. 하지만, 승수 쌓기 속도는 더 빠르다. 무결점 시스템 야구의 확립에서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객관적 전력을 뒤엎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됐다.
▲ 류중일표 시스템 야구 완벽한 정착
삼성은 지난해 초반 투타 주요 선수들 일부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치고 나가지 못했다. 5월까지 5할을 단 한 차례도 넘기지 못하다 6월 이후 피치를 올렸다. 올 시즌엔 그렇지 않다. 시스템야구가 확실하게 정립되면서 특정 선수의 부진에 팀이 휘청거리지 않는다. 시즌 초반 부진이 사라졌다. 작년보다 백업 요원들, 스페셜리스트들의 역할분담이 더욱 정교해진 느낌. 더구나 선두권 순위싸움이 작년보다 올해 더욱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선두 도약은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지난해 초반엔 배영섭과 최형우가 극도로 부진하자 그대로 공격력이 흔들렸다. 올 시즌에도 이승엽, 김상수가 매우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다. 박석민은 팀 사이클과는 반대로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박한이, 배영섭의 맹타에 이어 채태인, 조동찬 등이 활약해주면서 부진한 선수들이 부각되지 않았다. 이밖에 신명철, 김태완, 정형식, 우동균 등이 대타 혹은 백업요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다양한 카드 설정이 가능하다. 박한이가 손목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있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박석민이 부진해도 조동찬을 3루로 돌리고 신명철 혹은 김태완을 2루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이승엽을 배려해 채태인에게 1루수비를 맡겨도 된다. 백업 선수들은 요소요소에 투입되면서 경기감각을 살리고, 주전들은 휴식도 취하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선순환 시스템이다.
마운드에선 심창민의 성장이 돋보인다. 신용운과 백정현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차우찬과 권혁의 부진이 아쉽지만, 공백은 최소화되고 있다. 어깨 통증에서 회복된 안지만의 1군 등록을 늦출 수 있는 원인도 마운드 시스템 정립이 됐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안지만을 이번 두산과의 주중 3연전서 1군 콜업할 수 있었으나 굳이 아픈 선수를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원활하게 팀이 돌아간다.
▲ 무결점 시스템은 한 순간에 흐트러질 수도 있다
삼성의 이런 시스템야구는 올 시즌 갑자기 정착된 건 아니다. 류 감독은 2011년 부임하자마자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준비했고, 노력했다. 오히려 올 시즌 삼성이 지난해보다 출발이 월등하게 좋은 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잘 된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류 감독은 “지난해는 시즌 초반 선발승이 적었다.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고 회상했다. 선발진과 터지지 않는 타선이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치고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삼성의 20승 중 17승이 선발승이다. 타자들도 지난해보다 공수 집중력이 훨씬 좋아진 느낌. 팀 득점권 타율 0.320, 팀 최소실책 12개로 모두 1위. 그만큼 선수들이 시즌 준비를 잘 했다는 방증이다. 삼성은 현 전력에서 박한이, 안지만이 정상적으로 1군에 합류하고 박석민, 권혁, 차우찬이 좀 더 힘을 내야 한다. 반대로 시즌을 치르면서 하강곡선을 그리는 선수가 추가로 나오기 마련이다.
시즌은 길고 투타 사이클은 요동친다. 어쩌면 시스템의 안정감보단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 좋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시스템의 강점 자체가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 삼성이 매년 초반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흔들렸던 것처럼 올 시즌에도 중반 이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동안 여름에 강했던 것도 봄에 부진했기 때문에 사이클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긴 페넌트레이스에선 변수가 무궁무진하다. 갑작스러운 줄부상과 집단 슬럼프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시스템야구의 정착이 쉽지 않았듯, 유지 및 보수 역시 만만찮다. 류 감독도 “당분간 상위권 네 팀이 물고 물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시스템이 확고한 삼성이 내부 변수 혹은 외풍에 흔들려 추락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승차 없는 선두일 뿐이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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