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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송승헌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한태상(송승헌), 서미도(신세경), 이재희(연우진) 세 주인공의 치정 관계가 비극으로 치달으며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가운데, 개연성 떨어지는 인물들이란 지적도 있지만 한태상을 연기하는 송승헌만큼은 발군의 연기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거친 인생을 살아온 한태상은 가난 속에서도 꼿꼿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온 여자 서미도를 만나며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인물이다. 자신의 첫사랑과도 같은 서미도에게 헌신하며 서툴지만 진실된 사랑을 퍼주지만, 서미도가 이재희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한태상은 또 다시 버림 받을 운명에 놓이게 되고, 이 때문에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무서운 남자'의 본성이 깨어나고 있다.
송승헌이 연기하는 한태상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서미도의 지시로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셀카를 찍는 한태상을 송승헌은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설렘 가득한 얼굴로 연기했다. 반면 자신의 집에 이재희가 잘못 벗어두고 간 셔츠를 발견하고 순간 서미도와 이재희의 밀애를 눈치채 셔츠를 갈가리 찢어 버리던 한태상을 송승헌은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표현해냈다. 사랑 앞에선 한없이 순수한 모습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을 알게 됐을 때는 좌절감과 분노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까지, 송승헌은 한태상을 탁월하게 연기하고 있다.
송승헌은 1996년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데뷔했다. 이후 '한국 대표 미남 배우'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많은 팬들을 거느린 톱스타로 성장했는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가을동화', '여름향기', '에덴의 동쪽', '마이 프린세스', '닥터 진'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넓혀왔음에도 연기력을 두고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캐릭터가 매 작품 달라지는 것과 달리 이미지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느낌이었고, 이는 다채롭지 못한 표정과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게 느껴지는 발성 탓이 컸다.
하지만 송승헌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선 기존과 다른 풍부한 표정 연기와 상황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한태상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태상이 서미도 앞에서 부끄러워할 때와 서미도와 이재희의 관계를 눈치채던 순간을 비교하면 이번 작품에서 송승헌이 어떤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을 방해하는 구용갑(이창훈)을 찾아가 죽은 보스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내며 구용갑에게 으름장을 놓던 순간은 단연 송승헌이 보여준 최고의 장면이기도 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비로소 얼굴이 아닌 연기력이 먼저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송승헌. 18년차 배우 송승헌이 앞으로는 어떤 작품에서 또 얼마나 기대를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진다.
[배우 송승헌.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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