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결국 한국은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의 동아시아선수권 3연패 도전 상대가 중국으로 확정됐다. 중국은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의 준결승전서 83-68로 승리했다. 중국 역시 예선 2경기와 준결승전을 치르면서 이렇다 할 호적수가 없었다. 때문에 21일 오후 4시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동아시아 왕좌를 가리는 진정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그동안 공중증에 시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국의 전력 격차가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높이와 스피드 모두 월등히 앞선다.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아시아선수권서 이란에 연이어 우승을 내줬으나 분명 탈아시아를 꿈꾸는 아시아 농구강국이다. 막강한 자원 속에서 키워낸 원석들을 제대로 키워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 대표팀 역시 A대표팀은 아니다. 중국프로농구에서 뛰는 대부분 선수가 빠졌다. 대신 신예들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종현과 청소년 대회서 연이어 맞붙어 국내 농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왕저린(214cm)이다. 왕저린은 지난해 푸젠성에서 중국 프로농구 데뷔를 했는데 경기당 20.3점, 12.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왕저린은 이날 일본전서도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다. 높이를 활용한 백보드 장악력은 확실히 돋보였다. 골밑에서 상대를 등진 뒤 공격을 마무리하는 기술도 수준급.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도 연이어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날 25분간 12점 11리바운드로 활약했다. 206cm의 이종현이 최장신인 한국으로서는 결승전서 왕저린을 막는 게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왕저린보다 키가 더 큰 219cm의 리 무하오도 중거리슛 능력을 갖췄다. 최부영 감독은 “두 사람이 동시에 투입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역시 높이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췄다. 이번 대회 신예들 위주로 참가했는데도 전원 190츠가 넘는다. 2m 이상 선수가 7명이다. 최 감독은 “종규 정도의 신장이 중국에선 2~3번을 본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한 마디로 전 포지션에서 미스매치가 유발된다는 의미. 이들이 기본적으로 기술과 스피드를 갖고 있다. “정상적으로 붙으면 힘들다”라는 최 감독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 객관적인 전력상은 분명 열세다.
그러나 중국이 마냥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중국은 이날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비롯해 예선 홍콩 전서도 경기 초반 유독 몸이 늦게 풀렸다. 자신의 수비수를 놓치는 등 기본적인 것들이 이뤄지지 않아 주도권을 넘겨줬었다. 이날 준결승전도 초반엔 일본에 굉장히 고전했다. 경기 후반엔 연이어 외곽포를 내주면서 5~6점 차로 쫓겼다. 홍콩전서도 2쿼터 막판까지 대등한 승부를 했다. 한국으로선 특유의 강압수비와 스피드한 경기운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 승산이 있다.
또 하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선수들 대부분 기량이 농익지는 않았다. 왕저린만 해도 같은 레벨에선 수준급 기량이다. 그러나 운동능력은 다소 부족했고, 일본 수비수들의 찰거머리 수비에 몇 차례 막히기도 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페이스가 흔들렸을 때 재정비하는 속도가 느렸다. 일본전만 놓고 보면 수비도 썩 타이트하지 않았다. 확실히 위기관리능력이 검증되진 않았다. 물론 이번 대회 일본이 사실상 최정예 대표팀을 파견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최부영 감독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이날 대만전을 마친 뒤 관중석에서 중국의 준결승전을 유심히 지켜봤다. 최부영 감독은 일단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자세를 주문한 상태. 버거운 상대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홈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는 중국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농구에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경기 장면. 사진 = 인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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