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가 챙긴 실속은 무엇일까.
한국 남자농구가 동아시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21일 결승전서 중국을 따돌렸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8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티켓을 딴 것도 수확. 2007년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이후 6년만에 국내에서 개최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기까진 표면적인 성과다.
중국은 어차피 2진에 가까운 대표팀을 파견했다. 1.5군으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으로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약체가 즐비한 동아시아에서 아시아선수권 티켓을 따낸 게 동네방네 자랑할 일은 아니다. 잘 살펴보면 한국이 얻은 실속은 따로 있다. 대표팀 운영 방식, 아시아선수권 준비, 한국농구의 미래 청사진까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 대표팀 이원화 좋은 사례 남겼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취임 직후 “국가대표팀을 1,2군으로 나누겠다. 1군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위주로, 나머지 대회는 2군 위주로 출전시키겠다. 차출 날짜를 정해서 선수들을 자동적으로 소집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동아시아 대표팀은 1.5군이었다. 순수 아마추어 대표팀. 대학 선발에 상무 4인방이 합류했기 때문. 프로농구 시즌 이후 심신이 지친 프로 선수들을 굳이 부를 이유는 없었다.
이번 대회가 대표팀 이원화 운영에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코칭스태프도 최부영-이훈재-서대성 체제로 꾸렸다. 프로팀은 철저히 배제했다. 대학 선수들은 지난 1달간 대학리그와 대표팀 태릉선수촌 훈련을 병행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경험을 확실하게 쌓았다. 대신 대한농구협회는 발 빠르게 8월 아시아선수권 코칭스태프를 꾸렸고, 예비엔트리도 발표했다.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아시아선수권 예비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는 7명. 모두 최종엔트리에 살아남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 선수는 대학리그에 집중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리고, 프로 선수들이 아시아 정벌에 나설 전망이다. 정예 1군 대표팀은 태릉이 아닌 시설이 좋은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대표팀 운영이 체계적으로 굴러갈 조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도 바람직하다.
▲ 아시아선수권 준비 힌트 얻었다
2진이라고 해도 중국을 무너뜨리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번 중국대표팀에 190cm이 넘지 않은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2m 이상만 7명. 최부영 감독은 중국 공격 핵심인 가드 꿔 아이룬 봉쇄에 주력했다. 박찬희에게 대인마크를 시켜 골밑의 왕저린(214cm)과 리무하오(219cm)에게 볼을 투입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췄다. 테크닉과 하드웨어를 갖춘 왕저린은 김종규가 철저히 막았고, 이종현이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방식.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의 철저한 외곽 로테이션까지. 결승전서 대표팀의 수비는 매우 정밀했다. 어지간한 조직력을 갖춘 프로팀 뺨쳤다.
한국의 국제무대 전략은 속공과 외곽슛.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든 전략. 최부영 감독이 중국을 꺾는 기본 매뉴얼을 확실하게 제공했다. 이는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최정예 대표팀에도 참고자료가 될 만하다. 물론 아시아선수권서 만날 중국은 21일 중국과 180도 다르다고 보면 된다. CBA 최정예 멤버가 포진할 중국은 전원 높이와 스피드, 외곽포를 겸비했다. 2진과는 격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한국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해법은 동일선상에서 풀어갈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일부는 아시아선수권 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유 감독으로선 당연히 이번 대회서 인상 깊은 활약을 선보인 선수를 뽑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해당 선수가 국제대회에 임하는 자세와 활용방안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유 감독에게 이번 대회가 아시아선수권대회 준비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 한국농구 청사진 그렸다
동아시아대회 3연패. 아시아선수권 준비. 이런 결과물을 배제해보자. 한국농구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산은 확실하다. 프로농구에서도 스타로 자랄만한 유망주들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국제무대를 통해 검증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수확이다. 평소 아마농구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팬들은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이른바 경희대 3인방의 실체를 확인했다. 왜 프로팀들이 지난 시즌 져주기 논란 속에서 이들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종규는 공격과 리바운드뿐 아니라 탄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력도 수준급이었다. 김민구와 두경민은 스피드와 센스를 두루 갖춘 가드. 이들은 확실한 프로 즉시전력감. 고려대 이종현 역시 지난해 고교생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았던 이유를 증명했다. 키에 비해 스피드와 민첩성이 있었다. 전술소화능력도 수준급이라는 게 최부영 감독의 평가. 제2의 현주엽으로 불리는 고려대 이승현 역시 가공할만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골밑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들은 향후 10년 이상 한국농구를 책임질 유망주들이다. 한국을 세계무대로 다시 이끌어야 할 주인공들이다. 미래의 프로농구 스타 후보들이다. 한국농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원석을 발견했고, 희망을 노래했다. 프로농구 주력 선수가 이번 대회를 치렀다면 이들의 잠재력 확인은 기약 없이 미뤄질 수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처럼 한국농구가 이번 대회서 챙겨야 할 실속은 따로 있다.
[동아시아선수권서 우승한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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