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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가수, 연기할 각오는 돼 있을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이돌 가수의 연기에서 연기만 하는 배우에게선 느끼지 못한 감동을 전달 받을 수 있을까.
연기하는 아이돌 가수를 '연기돌'이라고 부른다.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장르 구분 없이 요즘 드라마에선 웬만하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역할 하나 정도는 '연기돌'의 몫이다. '연기돌'의 홍수다.
하지만 '연기돌'의 연기에 감동 받길 바라는 건 욕심인가. 그나마 자연스럽게라도 보이길 바라는 게 욕심 부리지 않는, 기대치의 적당한 타협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연기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종종 다른 배우들과 조화되지 못하는 이질감이 배어난다.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던 그들이지만 드라마 속 목소리는 어색하고 표정이나 몸짓은 잔뜩 힘이 들어갔는지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이 탓에 '연기돌'에게 연기력 논란은 연기를 하기 위해선 꼭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가 된지 오래다.
노래와 연기는 다르고, 음악방송과 드라마 역시 다른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가수나 듣고 싶지 않은 노래라면, 안 들으면 그만이다. 음악방송을 보고 있었다면 다른 가수가 나올 때까지 잠시 다른 채널로 돌려도 큰 문제될 건 없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렇지 못하다. 한 명의 배우가 만든 독립된 결과물이 아닌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공동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배우라고, 혹은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서 그 배우가 화면에서 사라질 때까지 다른 채널로 돌릴 수야 없는 일이다. 어찌됐건 그 배우가, 또는 그 '연기돌'이 드라마의 커다란 이야기를 구성하는 부분이므로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선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지켜봐야 한다.
여기서 대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아이돌 가수가 노래를 할 때는 대부분 그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음악방송 무대를 지켜보는 것이겠지만, 아이돌 가수가 연기를 할 때는 그들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더 넓은 범주의 시청자들이 '연기돌'의 연기를 지켜보게 된다. 호의적이지 않은 시청자들도 있기에 더 냉정한 잣대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기돌'은 스스로의 연기에 더 엄격해야만 한다. 팬들이 아닌 이들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연기가 아니라면 혹평은 곧바로 쏟아진다. 음악방송에서 노래할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최고 인기의 아이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드라마 시청자는 그들의 팬이 아니기 때문이다.
MBC '구가의 서' 수지부터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의 아이유, 종영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정은지, 여기에 더해 박규리, 윤아, 박유천, 찬성, 유노윤호 등 '연기돌'의 홍수다. 누군가는 호평, 또 다른 누군가는 혹평을 받았다.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어색한 연기를 감싸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줘야만 연기가 본업인 배우들과 전문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극복할 수 있다.
연기의 기술이야 뛰어난 강사에게서 배우고 터득하면 되는 것이지만 각오는 '연기돌' 스스로 마련해야 할 준비물이다. '연기돌'의 연기가 가슴을 저미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렇지만 연기 잘하는 아이돌 가수보단 노래 잘하는 아이돌 가수가 더 보고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선보인 아이돌 가수 수지, 아이유, 정은지(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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