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2000년대 후반이 한화의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좌완 에이스들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중반은 우완 에이스 3인방이 주름잡았다. 롯데의 손민한, 삼성의 배영수, 두산의 박명환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각자 팀을 대표하며 에이스로 명성을 쌓았다. 2000년 입단인 배영수가 가장 늦게 프로에 입문했지만, 가장 먼저 정상을 맛본 것은 배영수였다. 배영수는 2004년 17승 2패, 2.61로 가장 빼어난 성적을 올려 리그 MVP에 등극했다.
이듬해에는 손민한이 빛을 봤다. 손민한은 2005년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으로 MVP가 됐다. 당시 롯데는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민한보다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를 찾기 힘들었고, 손민한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선수로는 최초로 MVP가 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박명환은 MVP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배영수, 손민한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군림했다. 2004년에는 배영수에 밀리기는 했지만, 2.50의 평균자책점과 162개의 탈삼진으로 2관왕에 올랐다. 12승 3패로 승리가 배영수에 비해 적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조합을 앞세운 파워피칭은 특급이었다.
하지만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이들의 시대도 류현진, 김광현 등 좌완투수들의 급부상과 맞물리며 끊어졌다. 배영수는 2005~2006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몸을 바친 결과 몸에 탈이 났고, 손민한도 마찬가지였다. 손민한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100이닝 이상을 던졌고, 그 9시즌 동안 1411이닝을 던졌을 정도로 쉬지 못했다. 박명환 역시 LG 이적 후 첫 해인 2007년을 끝으로 이렇다 할 활약상이 없어 점점 잊혀져가기 시작했다.
이들 중 재기에 성공한 것은 배영수가 유일하다. 토미존 수술 후 2007년을 통째로 재활에 매달린 배영수는 2008년 100이닝을 넘겼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2009년에는 1승 12패라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긴 재활의 터널을 거쳐온 끝에 지난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1로 명예회복을 해냈다. 통산 100승을 따내는 기쁨도 함께 찾아왔다.
남은 둘 중 박명환은 현재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고, 손민한은 NC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오랜 시간을 보낸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손민한은 익숙하지 않은 54번 유니폼을 입고 새 팀에서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 과정은 순조롭다. 손민한은 현재 퓨처스리그 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2.57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등판인 지난 23일 성남 두산전에서는 100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을 소화하고 3실점(2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1군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화려했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신고선수 신분이지만, 그런 자신의 신분이 조바심을 막아주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신고선수는 6월 1일 이후에야 1군에 등록될 수 있고, 손민한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천천히 1군 마운드 복귀를 준비해온 결과 이제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김경문 감독의 선택만이 남아 있다.
손민한의 복귀는 세 가지 기회다. 선수 개인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라운드 밖에서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마운드 위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신생팀 NC에게는 전력 강화의 기회다. 실망도 있었지만 손민한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나이와 공백기를 감안했을 때 배영수 만큼의 놀라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다시 마운드에, 그것도 선발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재기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우선 100개를 던질 준비는 마쳤다. 이제 1군에서 어떤 피칭 내용을 보일지의 문제만 남았다. 어쩌면 손민한의 재기 도전은 6월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볼거리일지 모른다.
[손민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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