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2세 베테랑 감독의 불 같은 항의가 사라졌다.
25일 대전구장. 1-1이던 2회말 한화의 1사 2,3루 찬스. 이학준이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이 타구를 잡아 포수 이지영과 함께 3루주자 정현석을 런다운에 걸리게 했다. 그런데 공을 포수 이지영에게 건넨 박석민이 3루로 귀루하던 정현석과 충돌할 뻔했다. 만약 정현석과 박석민이 충돌할 경우 주루방해가 인정된다. 박석민이 직접 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규칙상으론 수비 가담을 하지 않은 상황. 굉장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 이후 곧바로 정현석은 이지영에게 태그아웃을 당했다.
실제 중계방송사 XTM이 제작한 그림에 따르면 정현석과 박석민이 충돌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심판진도 합의 끝에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자 김응용 감독이 그라운드에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정황상 강력한 항의도 예상해볼 수 있었던 시점. 그러나 김 감독은 구심과 잠깐 얘기를 나눈 뒤 덕아웃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 현역 최다승 감독? 현역 18차례 최다퇴장 감독
김응용 감독은 26일 현재 1488승을 거둔 현역 최다승 감독이다. 대망의 1500승 고지가 눈 앞에 왔다. 화려함 뒤엔 그림자도 있다. 무려 18차례나 퇴장을 당한 감독. 김 감독은 현역 최다 퇴장 감독이다. 김 감독과 퇴장은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과거 김 감독의 스타일, 코끼리 감독의 카리스마 요체를 바로 퇴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 감독은 과거 불 같은 항의로 유명했다. 조금만 불리한 판정이 나왔다 싶으면 득달같이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강력하게 어필했다. 심판과 배치기는 기본이고, 덕아웃에 들어와선 분풀이로 감독 의자를 집어 던져 부수기도 했다. 때문에 퇴장도 많이 당했다. 효과는 명확했다. 물론 모든 경기에서 그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어필과 퇴장으로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선수들은 좀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역전승을 한 적도 있었다. 일종의 각성효과였다.
2004년 이후 9년만에 현장에 돌아온 올 시즌. 김 감독의 불 같은 항의가 사라졌다. 일단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는 횟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어지간해선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김 감독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경기 중 대전구장 그라운드에 나온 건 25일이 처음이었다. 항의라기보단 심판과의 의견 교환 수준이었다.
▲ 대전 팬들의 박수세례, 항의도 일종의 흥미거리
김 감독이 항의를 마친 뒤 덕아웃에 돌아갈 때 대전 팬들이 이례적으로 큰 박수를 보냈다. 관중들은 김 감독이 반갑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덕아웃 내부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경기 중 감독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더구나 한화가 자주 이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러 그라운드에 나오는 상황도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항의라도 하러 나오면 그 자체가 볼 거리다.
확실히 감독의 항의는 너무 심하거나 질질 끌지만 않는다면 야구의 흥미를 배가할 수 있는 요소다. 과거 김 감독의 강력한 항의는 팬들에게 “볼썽사납다”는 말보단 “재미있다”는 말이 더 많았다. 또 과거 김 감독은 항의를 세게 해도 질질 끄는 경우도 없었다. 짧고 굵게 했다. 그래서 더욱 강렬했다. 야구 팬들은 9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 특유의 항의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25일 경기서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짧게 끝내는 건 똑같았으나 거센 모습은 없어졌다.
▲ 도대체 왜 김응용 감독이 변했나?
왜 김 감독의 불 같은 항의가 사라졌을까. 일단 올 시즌 한화 경기를 살펴보면 항의를 할 만한 상황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또한, 김 감독이 항의를 세게 한다고 해서 한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 김 감독이 몸 담았던 해태와 삼성은 전력이 좋은 팀이었다. 어쩌다 흐름이 좋지 않을 때 감독이 강하게 항의를 할 경우 선수들이 알아서 응집하는 힘이 있었다.
전력이 약한 한화의 경우 김 감독이 거센 항의를 해서 일시적으로 응집력을 키울 순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미미하다. 근본적인 약한 전력 자체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김 감독이 2004년 삼성 감독 이후 현장을 떠났고, 사장까지 역임하면서 사고방식 자체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항의를 하고 싶어도 최대한 꾹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감독님은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다 그대로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코치들에게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자꾸 ‘잘한다, 잘한다’ 해줘라”고 했다. 지금도 김 감독은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채찍보다는 애정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또 한화엔 어린 선수도 많다.
거센 항의가 줄어든 것도 동일 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젠 심판들도 김 감독의 제자가 많다. 김 감독으로선 ‘항의 해보면 뭐 하겠노’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확실히 김응용 감독이 변하긴 변한 것 같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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