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산에서 스트레스 풀지.”
한화 김응용 감독은 지난해 10월 중순 부임했다. 어느덧 7개월이 훌쩍 지났다. 9년만에 맞이한 정규시즌도 대략 3분의 1을 소화했다. 개막 2개월. 요즘 김 감독은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지는 게 너무 싫다는 김 감독. 본인 혈압이 오르는 것도 막아야 하고, 어지럽기만 한 팀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 스트레스 푸는 방법? 드라마 보고 산에도 가고
최하위의 한화. 김 감독이 맡은 팀이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거둔 적이 없었다. 모르고 시작한 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김 감독은 이미 언론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밤에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물론 김 감독 정도의 고령이면 사실 잠이 적은 게 이해가 된다.
김 감독은 2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TV 많이 본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토요일하고 일요일 저녁 8시 45분에 하는 드라마 있잖아. 나 그거 좋아해”라고 웃었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챙겨본다. “경기 끝나고 숙소 들어가서 보지”라고 했다. 재미있는 건 한화 경기는 안 본다는 점. “지나간 경기를 왜 봐? 안 봐”라고 했다. 한화가 지는 경기가 많으니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난 우리 경기 이겨도 안 봐. 재미 없어. 다른 게임 봐야지”라고 웃었다.
사실 TV보단 산이다. 대전에선 숙소 근처의 계족산을 다닌다고 한다. 김 감독은 전국의 명산을 꿰뚫고 있다. 30년 이상 감독 생활을 해왔으니 전국에 모르는 산이 없다. 심지어 숙소 주변에 산이 없을 경우 공원이라도 산책한다고 한다. “여기(야구장)에선 욕 못하잖아. 거기 가선 소리도 지르고 스트레스도 풀지”라며 웃었다. 이어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욕도 못해”라며 덕아웃을 폭소에 빠뜨렸다.
▲“물벼락 세리머니 나한테 해줬으면” 확고한 팬 서비스 마인드
김 감독은 의외로 팬 서비스 마인드가 투철하다. 김 감독은 지난 25일 대전 삼성전 도중 정현석과 박석민의 충돌 여부를 놓고 항의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대전 팬들이 꽤나 좋아했다. 함성과 박수가 대단했다. 김 감독은 “그래? 그럼 앞으로 자주 나가서 항의해야 되겠네?”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28일 경기가 궂은 날씨 속에 관중이 별로 없어 취소를 하는 게 맞지 않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야구는 어지간하면 해야 돼. 팬들이 조금이라도 들어와 있잖아”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LG 임찬규의 물벼락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옛날엔 그런 게 없었어. 한국시리즈 우승해야 물 한번 맞지. 나한테 그런 것 좀 해주지”라며 웃었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세리머니는 적극 환영한다는 의미다.
▲ 김응용 감독, 알고보니 배려와 믿음의 아이콘?
김 감독은 야구장 밖에선 야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 쓰지만 쉽지 않다. 선수 기용과 시즌 운영을 놓고 고민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닐 터. 스트레스를 받지만 최대한 삭힌다. 대신 선수들에게 무한 신뢰와 배려를 보낸다. 설령 믿었던 선수가 부진하더라도 최대한 기다린다. 한화처럼 리빌딩에 실패한 팀이 다시 일어서는 방법도 이 방법이 유일하다.
외국인투수 대나 이브랜드가 26일 대전 삼성전서 데뷔 첫승을 신고했다. 단 1승도 없이 2달 가까이 패배만 거듭했던 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김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준 덕분이다. “처음엔 컨트롤이 안 됐어. 10경기 나오니까 컨트롤이 잡히네”라고 했다. 물론 “앞으로 또 못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라며 웃으며 은근슬쩍 압력(?)을 넣기도 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최진행도 시즌 초반엔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최진행 본인이 타격감 회복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호소하자 김 감독은 외야수로 내보내기도 했다. 최진행은 28일 잠실 LG전서 다시 지명타자로 나왔다. “수비하다가 무릎이 좀 좋지 않다고 했다”라는 게 이유. 의외로 세심하게 선수들을 배려하고 관리한다.
곁에서 들여다 본 72세 베테랑 김응용 감독이 살아가는 방법. 선수들에겐 신뢰와 넉넉한 배려가 돋보인다. 일상생활에선 소탈한 모습도 보인다. 승부의 현장에선 스트레스 팍팍 받는 여느 승부사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9년만에 돌아온 현장. 요즘도 김 감독은 하루하루 바쁘게 산다.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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