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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능적인 투구가 완봉승을 불렀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즌 6승을 달성했다.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 경기서 선발등판해 9이닝 113구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승(2패)째를 따냈다. 메이저리그 첫 완투완봉승이다. 류현진의 완봉승 원동력은 맞춰잡는 피칭이었다. 지능적인 피칭의 진수를 선보였다. 경제적인 투구수 관리와 경기운영능력이 빛을 발했다.
류현진은 5승을 따냈던 밀워키전서 주무기 체인지업보다 서드피치인 커브의 사용 빈도를 높였다. 직구와 체인지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은 이날도 11번째. 메이저리그 대부분 구단은 류현진에 대한 데이터와 영상을 입수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도 류현진이 직구와 체인지업에 능하며, 오른손타자 바깥쪽으로 꺾이는 변화구에 속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대처한다.
이는 곧 류현진도 변화해야 한다는 방증. 이는 투구패턴의 변화, 구종의 다변화, 폼의 변경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지금은 시즌 중. 투구패턴의 다변화가 가장 마침맞은 선택. 최근 커브의 사용빈도를 높인 류현진은 이날은 역으로 갔다. 경기 초반 의외로 직구를 많이 구사하며 에인절스 타선의 허를 찔렀다.
류현진의 직구 제구 자체는 썩 낮게 되진 않았다. 그러나 결정구로 꽂아넣는 직구와 커브 등은 확실히 예리했다. 1회 에릭 아이바, 마이크 트라웃, 알버트 푸홀스는 직구를 힘으로 밀어내며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나 2회부턴 달라졌다. 1사 후 하위 캔트릭에게 안타 1개를 맞았으나 이후 승승장구했다.
2회 카야스포를 시작으로 연이어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8회 2사까지 19타자 연속 범타. 투구수를 아꼈다. 그 사이 삼진은 2회와 5회 크리스 아이네타, 6회 JB슈크, 조 블랜튼, 에릭 아이바 등 5개에 불과했다.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삼진 머신 류현진을 감안하면 의외의 대목. 그만큼 맞춰잡는 피칭이 대단했다. 타자 연속 맞춰잡는 도중 내야 땅볼이 7개였다. 외야 플라이는 단 1개. 기본적으로 직구로 윽박지른 뒤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아 연이어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더구나 상대가 강타선 에인절스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였다. 시범경기서 홈런을 내줬던 조시 해밀턴이 이날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빠졌으나 알버트 후홀스, 마크 트럼보 등은 단연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 이런 타자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투구리듬을 유지한 건 단연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은 5회까지 단 68구로 5회를 마감했다. 투구수에 여유가 있으니 경기 중, 후반에도 구위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맞춰잡는 피칭을 간파한 에인절스 타자들이 성급하게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밀자 역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기민함도 선보였다. 체인지업, 커브 살라이더 등의 위력이 이때 더 살아난 것.
류현진은 8회 2사 후 아이네타 2루타를 맞을 때까지 무려 19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8명에게 삼진을, 1명에게 외야 플라이를 내줬고 무려 10명을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101구로 8회를 마쳤다. 이어 9회에도 세 타자를 차례로 처리하면서 경기를 스스로 마무리 지었다. 지능적 맞춰잡기의 승리였다. 113구로 경기를 마무리 했고 29타자 중 내야땅볼 14개, 삼진 7개, 외야플라이 6개, 피안타 2개를 기록했다. 최고구속은 153km. 박찬호에 이어 7년만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완봉승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류현진이 미국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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