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넥센이 이렇게 잘 할 줄 몰랐지.”
28승 14패. 31일 현재 삼성과 넥센은 같이 걸어간다. 공동선두. 사람들은 두 팀의 선두질주에 놀라움을 표한다. 이유는 좀 다르다. 삼성은 언제든 앞으로 치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슬로스타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시즌 초반부터 잘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란다. 넥센은 선두까지 치고 올라간 것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란다.
▲ 류중일 “넥센 이렇게 잘할 것이라 예상 못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30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넥센이 이렇게 잘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뿐 아니라 대다수 야구인의 솔직한 생각이다. 류 감독은 “두 달간 레이스를 치렀다. 탐색전은 끝났다. 넥센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이라고 했다. 삼성은 올 시즌 넥센과의 상대전적서 2승 4패로 뒤져있다. 4월 12일~14일 첫 목동 3연전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으나 4월 30일~5월 2일 대구 3연전서는 모두 패배하는 아픔을 맛봤다.
넥센은 당시 삼성 3연전을 휩쓸며 시즌 첫 선두에 올랐고 5월 내내 선두권을 유지하며 삼성과 양강이 됐다. 3위 KIA에 5경기 차로 달아난 상황. 당분간 급격히 연패를 타지 않는다면 선두권에서 내려올 일은 없다. 이미 잠깐 선두를 맛본 뒤 급 추락했던 작년과는 다르다고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류 감독은 “아직은 판도를 알 수 없다. 올스타브레이크 지나봐야 한다”라는 신중한 태도다.
▲ 넥센 이래서 무섭다. 6번 폭탄이 터진다
류 감독은 넥센 야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투수력이 안정적이다. 나이트, 벤 헤켄, 김영민, 김병현이 꾸준히 선발투수로 잘 던져주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타자들이 골고루 분포됐다”라고 했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의 철저한 관리 및 시스템 야구가 돋보이는 팀. 타자들에게도 부여된 역할이 각기 다르다. 류 감독은 “발 빠른 타자,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 짧게 끊어 치는 타자 등이 고루 포진해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역시 6번타순. 올 시즌 넥센의 주전 6번타자는 이성열. 이성열은 31일 현재 타율은 0.264이지만, 11홈런 24타점을 곁들였다. 타점 14위에 홈런은 SK 최정에 이어 단독 2위. 올 시즌 가장 강력한 6번타자라 부를 만하다. 류 감독은 “우리도 박한이와 채태인이 6번에 들어가면 강해진다”라고 했으나 넥센의 강한 6번타자를 가장 경계했다.
류 감독은 “6번이 터지는 팀이 무섭다. 폭탄 타순이다”라고 했다. 1~2번은 테이블세터, 3~5번은 클린업트리오, 7~9번은 하위타순. 그러나 6번은 마땅히 지칭하는 말이 없다. 류 감독은 “그래서 폭탄이다. 6번이 강한 팀이 강하다. 대체로 한 방이 있는 타자가 6번을 맡는다”라면서 “공격이 안 풀리면 6번에서 막히게 돼 있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6번타자 박한이와 채태인은 지금 1군에 없다. 현 시점에선 넥센 폭탄이 삼성 폭탄보다 더 강하다. 물론 박한이, 채태인 역시 1군 컴백이 임박했다. 넥센과 함께 강력한 폭탄 타순을 갖출 수 있다. 사실 삼성은 전통적으로 6번 폭탄이 강했다. “소리 없는 강자”라 불린 김한수 타격코치는 삼성 막강 6번타자 출신. 왜 그런 별명이 따라붙었는지 이해가 된다.
▲ 삼성, 4~6일 목동 3연전 남몰래 칼 간다
삼성은 현재 100% 전력이 아니다. 타선에선 박한이, 채태인. 마운드에선 심창민과 권혁이 1군에 없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빠르면 내달 4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전원 컴백 가능하다. 사실 부진해서 2군에 내려간 권혁을 제외한 세 사람은 경미한 부상이었다. 충분히 참고 뛸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장기레이스를 감안한 숨 고르기 차원의 1군 말소였다. 현재 몸 상태 역시 100% 가깝게 올라왔다는 후문.
삼성은 내달 4~6일 넥센과의 원정 3연전서 전력을 풀 가동할 수 있다. 이들이 맹활약을 할 때 안지만이 제 페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상 100% 극대화된 전력으로 치르는 첫 경기다. 넥센과의 원정 3연전 내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류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맞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류 감독도 알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류 감독은 “1위팀과 맞붙어 이겨야 위로 올라간다. 더 올라가고 싶다”라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넥센을 기어코 밀어내겠다는 속 뜻. 류 감독은 4월 말 넥센에 대구 3연전 스윕 패배를 당한 게 몹시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삼성이 내주 넥센과의 목동 원정 3연전을 칼을 갈고 기다린다. 전반기 최고 빅 매치가 눈 앞에 다가왔다.
[넥센 선수들(위), 삼성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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