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이하 '우결')의 세 가상부부는 연애가 가진 세 가지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태민과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첫사랑 같은, 지금 막 연애를 시작한 풋풋한 연애의 얼굴이다. "보고싶었어"란 말 한마디에 가슴이 떨리고, 그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부끄럽고, 흘러 넘치는 행복에 한 순간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설렘이 충만한 연애의 모습이다.
보컬그룹 2AM의 정진운과 배우 고준희는 만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연애의 얼굴이다. 초반의 설렘을 지나 서로의 단점이 보이고 조금씩 불만이 쌓여가는 시기. 그래서 고준희보다 어린 정진운이 나이에 대한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맞춰가며 마음을 조율해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수 조정치와 정인은 10년이 넘은 오랜 연애의 얼굴이다. 처음의 설렘은 사라지고 서로의 단점도 연애의 일부가 된 오래된 연인. 정인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조정치처럼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졌지만, 조정치가 아픈 정인에게 쓴 편지처럼 그 안에는 쉽게 꺾일 수 없는 단단함이 있는 연애의 시기다.
'우결'은 늘 진정성이란 문제에 부딪혀왔다. 출연 중인 가상부부의 말과 행동이 꾸며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 그러나 '우결'은 결국 예능이기 때문에 아무리 진정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어느 부분에선 미리 설정된 상황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끝없이 의심하며 진정성을 찾으려 한다는 건 애초에 예능인 '우결'에서 불가능한 바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우결'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볼 필요가 있다. 세 가상부부를 통해 시간에 따라 연애가, 또 두 남녀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가면서 본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굳이 어딘가에서 작위적인 장면이 나오길 계속 의심하며 보는 건 시청자만 피곤할 뿐이다. 세 가상부부가 보여주는 연애가 가진 서로 다른 얼굴을 만나 보는 것만으로도 '우결'은 충분히 즐길만한 프로그램이다.
다만 '우결'에게 아쉬운 게 있다면, 지금의 '우결'은 가상 결혼 생활이라기보단 가상 연애에 더 가깝게 초점이 맞춰져 있단 것이다.
이들의 연애 이야기가 재미 없는 건 아니지만, 가상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 가상 결혼이란 설정 자체가 이미 극명한 허구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상황을 애써 의심할 이유도 줄어들 텐데 지금의 '우결' 속 가상 연애는 가상 결혼 생활이란 설정보다 왠지 더 진짜 같아 보인다. 이 때문에 결국에는 시청자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고, '우결'의 진정성만 계속 의심 받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