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냥 나온 미친 선수는 없다.
흔히 프로스포츠에서 “미친 선수가 있어야 이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포스트시즌같은 단기전뿐 아니라 페넌트레이스서도 통용된다. 각 팀 간판선수가 128경기 모두 잘할 순 없다.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부상과 부진의 덫이란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좀 더 두꺼운 선수층, 좀 더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위권이 혼전이다. 롯데가 2일 대구 삼성전서 패배했으나 직전 5연승의 상승기류를 타고 3위에 안착했다. 현재 5연승 중인 6위 LG도 3위 롯데에 불과 0.5경기 뒤져있다. 그 사이 두산과 KIA가 있다. 네 팀이 0.5경기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있다. 7위 SK도 LG에 2.5경기 처져있다. 크게 보면 5팀이 중위권에서 대혼전 모드를 형성했다. 중위권 팀들의 간극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었다. 롯데, LG의 상승세와 KIA, SK의 하락세, 그리고 바닥을 친 두산까지. 중위권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 롯데, LG 상승세 크레이지맨들이 있다
롯데와 LG의 상승세. 미친 선수. 이른바 크레이지맨이 있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두 팀의 흐름과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준 선수들. 롯데는 최근 5연승 과정에서 백업 멤버 이승화와 박준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문호와 정훈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이들은 팀의 전력 공백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고 있다. 물론 원투펀치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의 활약과 수위타자 손아섭의 변함없는 활약 등이 돋보이지만, 뉴 페이스들의 소금 같은 활약이 최근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재 5연승 중인 LG는 미친 선수가 더욱 두드러진다. 4번타자로 자리잡은 정의윤. 어느덧 9년차가 된 그는 현재 타율 0.316 2홈런 18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을 기세다. 지난주말 KIA와의 3연전서도 14타수 6안타로 활황세였다. 확실히 요즘 LG 야구가 잘 풀린다. 9회에 4점을 극복한 2일 경기서는 문선재가 동점 득점, 결승타에 마무리 포수까지 맡아 히어로가 됐다. 류제국과 신정락도 선발진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 모두 작년까지 꾸준하게 활약해준 선수가 아니었다.
▲ 갑자기 툭 튀어나온 크레이지맨은 없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선수는 없다. 롯데 이승화의 경우 2군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1군 콜업을 기다려 왔다. 부상자가 생기자 1군에 힘을 보태며 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 백업멤버 박준서도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2경기 연속 2안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가 최근 제 몫을 톡톡히 하며 6연승을 내달린 옥스프링 역시 김시진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 최근 크레이지 맨들은 본인들이, 그리고 주변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고 준비를 해왔기에 결실을 얻었다.
정의윤도 김기태 감독의 인내심이 결실로 이어진 사례.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 이제서야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정의윤은 지난해에도 부진했으나 김 감독은 믿고 기다렸다. 문선재도 알고보니 김 감독의 격려가 맹활약 원동력이었다. 특히 2일 광주 KIA전 10회말 마무리 봉중근이 흔들리자 직접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던 문선재를 불러 “봉중근에게 자신있게 던지라고 말을 해줘라. 믿음을 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감독의 배려와 포수 경험이 없는 선수의 다독임. LG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코칭스태프의 변화가 팀을 바꾼 사례도 있다. 두산은 1~2일 잠실 넥센전서 무려 19점을 뽑았다. 타순 대변경 실험이 통했다. 1일 경기서는 7번으로 내려간 톱타자 이종욱이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크레이지맨이 됐다. 이종욱은 “황병일 수석코치님이 부담을 덜고 하자고 격려했다. 포지션과 타순에 개의치 않겠다”라고 했다. 톱타자에서 내려온 이종욱은 2일엔 경기 도중에 투입 돼 1안타를 쳤다. 톱타자에서 내려온 고참의 솔선수범과 그를 향한 수석코치의 격려. 이종욱은 두산 2연승의 숨은 주역이었다.
▲ 유비무환, 미리 준비해야 여름승부 버틴다
본격적인 여름 승부다. 체력적인 부침이 찾아올 시기. 부상자도 슬슬 늘어날 수 있는 시점. 플랜 A를 점검하고, 기존 선수들의 부상 혹은 부진에 대비한 플랜 B를 가동할 준비도 할 때다. 아무래도 선수층이 두꺼운 팀에 유리한 시기가 찾아왔다. 선두 삼성만 해도 권오준의 공백을 시작으로 안지만, 심창민, 박한이, 채태인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2군에 다녀오거나 2군에 머물러 있으나 대체자가 워낙 많아 큰 공백을 느끼지 못한다. 선두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중위권 혈투의 진앙지는 롯데와 LG. 두 팀의 상승세엔 미친 선수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그냥 튀어나온 선수들이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본인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최근 흐름이 좋지 않은 일부 중위권 팀들도 짚어볼 대목. 혹시 그들도 유비무환을 기억한다면 또 한번 중위권 대혼전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장기레이스에선 언제든 각종 변수로 팀의 흐름과 순위 판도가 바뀔 수 있다. 미친 선수의 활약으로 중위권 판도가 재편된 현 상황만 봐도 그렇다. 요즘 잘 나가는 롯데와 LG 역시 더욱 철저히 여름 승부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숨죽이고 있는 팀들 역시 언제든 미친 선수가 나올 수 있고, 치고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윤(위), 문선재(가운데), 이승화(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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