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가 나타나자 목동구장 관중석이 분주했다.
5일 목동구장. 넥센-삼성전. 3-3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1루. 삼성 오승환이 등장했다. 1⅓이닝동안 삼진 1개를 곁들여 간단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람들이 늘 보던 모습 그대로. 무표정하게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보려고 대한해협 건너 일본에서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스카우트들이 찾아왔다.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보스턴, 시카고 컵스, 텍사스, 미네소타,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관계자가 4~5일 목동구장을 대거 찾았다. 넥센의 동의 하에 관중석에서 넥센-삼성전을 지켜봤다. 넥센 강정호, 삼성 심창민 등도 눈 여겨 봤지만, 이들의 주 타깃은 역시 오승환.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일본과 미국 관계자가 오승환을 체크하기 위해 방한한 적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 ML 스카우트 앞 돌직구, 이래서 오승환이다
오승환의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 150km가 넘는 돌직구? 물론 맞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담한 배짱. 강심장이다.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과거 선동열 KIA 감독이 삼성 시절 오승환을 권오준 대신 마무리로 쓴 건 이 때문이었다.
오승환도 사람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자신을 보기 위해 우루루 몰려왔다는 걸 알고 마운드에 올랐을 것이다. 보통 관중석에 부모님, 혹은 아내, 여자친구가 오면 유난히 부진한 선수가 있다. 이미 멘탈이 흔들렸다는 증거다. 지나친 의식으로 경기력이 흔들렸다는 의미. 오승환에겐 그 조차도 없었다. 자신을 테스트하기 위해 대놓고 스피드건을 들이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연장 12회 직구 155km를 찍었다.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다.
한 방만 맞으면 그대로 패전투수가 되는 연장전. 오승환답게 돌직구로 간단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비록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으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그의 피칭에 또 한번 감명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눈 앞에서 박빙 승부에서 흔들리지 않는 대담함을 확인했다. 류현진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안착으로 한국야구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메이저리그 구단들. 이번 방한의 의미는 분명 남달랐다. 그런 상황에서 오승환이 또 한번 이름값을 해냈다.
▲ 마무리 상황 아닌데 등판? 팀을 위한 희생정신
이날 오승환의 피칭이 특별했던 이유는 또 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 성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도 마찬가지. 이날처럼 연장전서 다른 투수를 모두 소모했을 때 마무리가 동점에서도 등판하곤 한다. 넥센의 경우 염경엽 감독은 끝까지 손승락을 아꼈다.
어쨌든 오승환은 세이브를 따내진 못했으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무엇인지 각인시켜줬다. 팀을 위해선 언제든 출격할 수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메이저리그, 일본 스카우트들에게 추가 점수를 딸 수 있는 요소. 자신의 개인기록에 플러스 요소가 되지 않는 경기서 최선을 다해 투구한 것은 좋은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오승환의 이날 역투는 이처럼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일본의 오승환을 향한 공세가 심화될 조짐이다. 일본에서 선동열, 임창용의 성공, 미국에서 류현진의 성공적인 적응은 오승환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풀타임 8년을 채우는 오승환. 국내에선 FA 자격을 얻지만, 해외리그는 여전히 삼성의 동의가 있어야 진출 가능하다. 자신을 향한 스카우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바라보는 오승환.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삼성.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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