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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최고조였던 자신의 페이스와 꼴찌에 처한 팀 사정까지. 등판을 포기하기 힘든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류현진(LA 다저스)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일단은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의 기쁨을 맛본 류현진에게는 나쁜 소식도 있었다. 바로 왼발 부상이었다. 마크 트럼보의 타구에 왼발을 맞은 류현진은 결국 지난 3일 예정되어 있던 콜로라도 로키스전 선발 등판을 하지 않았다.
팀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쳐져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취소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더 좋은 투구를 위해 안정을 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저스도 이를 존중했다. 이제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다음으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된 만큼 류현진을 보호하는 것은 다저스 입장에서도 중요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게 된 류현진의 결정은 김병현의 선택과는 차이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 김병현(넥센 히어로즈)은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했던 시절의 초기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등판을 강행했고, 잘 알려진 대로 결과는 좋지 못했다.
데뷔 이후 빠르게 마무리로 자리를 잡은 김병현은 승승장구했다. 2001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 연속 뼈아픈 홈런을 맞으며 마운드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이듬해 올스타에 선발되는 등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성적은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로 특급마무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72경기에서 84이닝을 소화해 1이닝 마무리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2003 시즌 선발로 전환한 후 부상 투혼을 발휘한 것이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 선발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은 김병현은 시즌 3번째 선발 등판이자 통산 4번째 선발 경기였던 2003년 4월 15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타격하던 프레스턴 윌슨의 부러진 방망이에 발목을 맞았다.
맞는 순간 깜짝 놀란 듯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른 김병현은 곧바로 교체되지 않은 채 투구수를 한계에 가깝게 채운 뒤 물러났고, 선발 로테이션도 거르지 않았다. 통증을 숨긴 김병현은 이후 2경기에서 정상적으로 자신의 등판일을 지키며 7이닝 3실점,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첫 승도 챙겼다.
하지만 그 다음 경기에서 플로리다 말린스에 5이닝 5실점한 뒤 결국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부상 시점으로부터 1개월 정도가 지난 뒤였다. 이후 김병현은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고, 부상 이전의 구위를 회복하지는 못한 채 2007년을 끝으로 빅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당시 김병현의 출전 강행은 부상 투혼으로 미화됐다. 붙박이 선발요원으로 입지가 확실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아픈 상황에서도 참고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적 정서가 투영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자신과 팀 모두에 해가 됐다.
이와 달리 류현진은 멀리 내다보는 선택을 했다. 2~3일 휴식이 아닌 완전히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는 여유를 보인 것이다. 한 번의 로테이션을 건너뛰며 상대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바뀌었다. 폴 마홀름과의 리턴매치이자, 터너 필드 원정에서 불펜 난조로 날아간 승리를 홈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이 경기에서 다시 보여준다면 류현진은 왼발 부상은 없었다는 듯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 8일 열릴 애틀랜타와의 경기는 훗날 류현진의 이번 시즌과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되돌아볼 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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