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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야말로 배우 송승헌의, 송승헌에 의한, 송승헌을 위한 드라마였다.
6일 '남자가 사랑할 때'의 마지막 회인 20회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고난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재확인한 한태상과 서미도(신세경)가 두 사람의 첫 만남 장소인 헌책방에서 재회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치정멜로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거친 인생을 살아 온 한태상이라는 인물이 서미도라는 여인을 만난 뒤 겪게 되는 사랑에 관한 남자의 감정을 다룬다는 의도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극 초반 흥미로운 전개로 관심을 받던 작품은 중후반에 접어들며 방향성을 잃었고, 결국 극은 허겁지겁 벌려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는 듯 한 인상을 남기며 마무리됐다.
이렇듯 완성도에서 아쉬움을 남긴 '남자가 사랑할 때'였지만, 극을 이끈 18년 차 배우 송승헌의 존재감만큼은 가볍지 않았다.
사실 송승헌은 적지 않은 주연 경력에도 연기력으로 주목 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잘생긴 그의 외모가 먼저 주목을 받으며 연기자로 확고한 경력을 쌓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또 전작에서 보여 온 다양한 표정의 부재는 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통해 선보인 거친 역 외 '마이 프린세스' 등을 통해 달콤한 멜로에 도전하는 등 역할 면에서는 다양성을 보여 왔지만, 화가 난 상황, 슬픈 상황, 당황한 상황 등에서 그를 표현하는 표정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다양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발성 면에서도 상황에 따른 톤의 변화가 없다는 혹평이 따라다녔다.
그런 송승헌에게 '남자가 사랑할 때'는 잘 차려진 반전의 무대였다. 극중 한태상은 첫 사랑인 서미도를 만나 감정을 알아가는 달콤한 남자의 모습과 함께, 사채조직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 촉망받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만큼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형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 한태상 역을 맡아 송승헌은 첫 회부터 난생 처음 사랑에 빠지고, 엇나가는 보스(이성민)에게 당당히 맞서는 거친 모습을 보였다. 과정에서 단조롭던 표정 연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서미도를 인질로 잡은 보스를 바라보는 순간에는 핏발 서린 분노가 담겼고, 비겁한 꾀를 부리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구용갑(이창훈)을 바라보는 눈에는 경멸이 드러났다. 앞선 두 상황과 똑같은 분노의 감정이지만 서미도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된 이재희(연우진)를 바라볼 때는 친동생처럼 아끼는 그와 갈등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력함이 담겨있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송승헌은 표정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법을 깨우친 듯 보였다.
발성도 달라졌다. 화가 나 소리를 지를 때, 조용히 상대방을 제압할 때, 사랑하는 연인을 대할 때 송승헌은 저마다 명확하게 다른 톤으로 연기에 임했다. 특히 이미 세상을 떠난 보스의 말투와 톤을 흉내 내며 자신에 대적하려는 구용갑(이창훈)을 제압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드러난 송승헌 연기력의 백미였다.
세월이 더해지며 눈에 띄게 잘생긴 그의 외모도 더 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느낌으로 변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진한 눈썹으로 기억되던 꽃미남배우 송승헌이 성실하게 연기파배우로 진화해온 과정을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한 작품이었다.
[배우 송승헌.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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