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걸출한 신인이 등장했다. 판에 박히지 않은 여배우다. 매력적인 마크스에 오묘한 매력까지 지녔다. 여기에 연기력도 뛰어나다.
바로 신인배우 박지수의 이야기다. 박지수는 영화 '마이 라띠마'를 통해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배우 겸 감독 유지태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화제가 됐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박지수가 발산하는 강렬한 존재감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박지수에 대한 정보 없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가 실제 베트남 이주여성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어눌한 한국어 발음에 태닝으로 새카맣게 태운 피부, 어리숙한 표정과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채 위태위태한 모습 등 어딜 봐도 한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박지수가 '연기 초짜'라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한 박지수는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실습 과목에서 배운 것이 연기 공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그럼에도 그의 열연은 베테랑 배우의 연기를 연상시킨다.
박지수는 "처음에는 의상 쪽이나 분장 쪽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배경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물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컸던 것 같다. 인물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배우가 된 것 같다.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같이 한 번 작품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많이 왔다. 독립영화, 창작 뮤지컬을 시작했다. 그러니 오디션 소식도 많이 듣게 됐고, 그런 것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할 때 운이 좋게 '마이 라띠마'에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히 다른 길을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배우도 연기 외 다른 것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했던 일이 이 캐릭터가 어떤 의상을 입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 것 같다 등 텍스트를 분석했던 일이기 때문에 배우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완성된 영화는 박지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줬다. 머릿속에 그려 놓았던 콘티가 영화가 돼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도 했다. 처음 자신의 연기만 보였던 것이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다른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를 볼 수 있게 되는 등 배우로서의 시각 변화도 생겼다. 최근 영화를 봤을 때는 나쁜 남자로 등장하는 배수빈이 왜 나쁜 남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됐다.
그는 "사실 드라마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또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색을 보여줄 수 있다면 드라마에도 출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여자 이병헌' 같은 배우는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장르가 국한되지 않은 것 같다. 여배우로서 깨기 힘든 부분인데 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이병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마케팅이나 이미지 메이킹 하는 법 등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너무 가둬두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여배우라고 '이건 못해', '저건 못해'라며 너무 가리다 보면 입지가 좁아지고 만다. 선타기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자신을 발굴해내고 배우로서 보여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유지태가 아닌 이병헌을 꼽다니. 자칫 뻔 한 립서비스 혹은 제 식구 챙기기로 보일 수 있는 유지태를 롤모델로 밝히지 않는, 여러모로 영리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사족이지만 그가 본 유지태는 진지한 면이 더 순수하고 디테일할 뿐 아니라 열정이 넘칠 뿐 아니라 자신의 영화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그런 감독이었다.
이번 작품으로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박지수는 과분한 호평과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 부담을 딛고 일어나는 배우가 되겠다는 열정을 내비쳤다.
박지수는 "캐릭터가 스펙트럼이 컸다. 동갑내기나 또래 여배우들에 비해 과분한 역이다. 그들이 잘 할 수 없는 역을 연기한 것 같고,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장르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주변의 호평이 사실 부담이 되기도 한다. 좋은 작품으로 데뷔를 해 어깨가 무겁다. 연기력에 대한 기대감이라든가,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배우 박지수.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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