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히려 기회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진천선수촌에서 담금질에 한창이다. 8월 1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릴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조 편성이 최근 발표됐다. 한국은 중국, 이란, 동남아시아 2위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디펜딩챔피언 중국은 FIBA 랭킹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1위다. 2007년, 2009년 대회 우승국 이란도 20위다. 중국과 이란은 체격, 기술에서 모두 한국에 한 수 위다. 한국은 FIBA 랭킹 33위. 1997년 이후 이 대회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16년만에 2014년 스페인 남자농구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6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선수권서 상위 3개국 안에 들어야 세계대회 복귀가 가능하다. 두 달이란 시간이 있으나 결코 넉넉하지 않다. 최종 엔트리 선정부터 상대국에 대한 정보분석까지 갈 길이 멀다.
▲ 아시아선수권 대회 방식에 주목하라
농구인들 사이에선 오히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대회 방식에 주목해보자. 출전국가가 많은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는 전통적으로 1,2차예선에 이은 결선 토너먼트 방식을 택했다. 1차예선 C조에 편성된 한국은 조 3위만 해도 2차예선에 올라간다. 2차예선은 1차예선 2개조 상위 3팀이 6팀씩 두 개 조로 나뉜다. 2차예선서 4위에만 들면 최종 8강 결선토너먼트에 올라간다.
한국이 1차예선서 최악의 경우 중국과 이란에 모두 패배하더라도 약체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팀을 꺾기만 해도 2차예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2차예선은 1차예선서 붙은 팀과의 전적을 그대로 안고 간다. 1차예선서 맞붙지 않은 3개국과 격돌하는 방식. 중국과 이란이 1차예선에서 한 조에 들어왔기 때문에 2차예선에 올라가기만 하면 상대적으로 약체와 상대할 수 있다. 결코 상황이 나쁜 게 아니다.
물론 여기엔 함정이 있다. 1차예선 전적이 2차예선에 그대로 반영되고, 8강 토너먼트 대진도 2차예선 결과에 따라 조1-4위, 2-3위가 맞붙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때문에 한국이 1차예선서 중국과 이란에 모두 패배할 경우 이 전적은 2차예선, 나아가 8강토너먼트 대진표 작성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힘의 분배를 통해 잡을 경기는 잡고 버릴 경기는 버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 어차피 중국, 이란 못 넘으면 세계무대 못 나간다
어차피 대표팀으로선 중국과 이란을 넘지 못하면 안 된다. 8강 토너먼트에서 만나면 그대로 외나무다리 격돌을 해야 한다. 미리 1차예선서 중국과 이란을 상대해보는 건 8강 토너먼트 대비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중국과 이란에 대한 정보를 부지런히 수집하겠지만, 직접 붙어보는 것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3일 진천선수촌 훈련 시작을 앞두고 중동팀에 대해 붙어보지 못해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3년 전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선수들에게 거의 공수 패턴을 지시하지 않았다. 공격은 1대1 개인기 위주였고 수비는 일반적인 맨투맨,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상대에 한국의 조직적인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생각. 결국 한국은 중국을 다 잡을 뻔 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 감독은 결코 아무 생각 없이 국제대회에 임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표팀은 7월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 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에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서는 팀들 일부가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직전 정보를 캐낼 수 있고 미리 경쟁국가를 상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계속 진천선수촌에 머물면서 훈련에 임한다. 20일엔 전자랜드가 합류해 몇 차례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유재학호가 최악의 조편성이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갈 심산이다.
[유재학 감독(위), 김주성-이승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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