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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기쁘기도 한데 자극도 돼요.”
손연재(19, 연세대)에게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무슨 의미였을까. 손연재는 10일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했다. 한국리듬체조 국제대회 사상 첫 금메달. 그것도 3관왕. 손연재는 “체육관에서 애국가를 처음으로 들어봤는데 정말 기뻤다. 부모님, 코치님 생각이 났다”라고 했다.
이것만으로 다 설명할 순 없는 것 같다. 손연재에게 이번 대회는 정말 남달랐다. 손연재는 지난 몇 년간 월드컵시리즈 등 국제대회서 계속 홀로 다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거의 유일한 동양인으로서 갖은 고생을 했다. 남 몰래 눈물도 흘렸고, 좌절도 했다. 한국이 워낙 리듬체조 불모지라 어쩌면 그녀에게 놓인 숙명이기도 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서는 동료들이 있었다. 맏언니 김윤희를 비롯해 3~4명의 선수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녔다고 한다. “팀 은메달이 정말 기뻤다. 내가 3관왕을 차지했을 때도 축하해줬다”라고 웃었다. 타지에서 힘이 돼주는 동료. 그녀의 아시아선수권 3관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동료와 함께 출전한 단체전 입상도 손연재에겐 뜻 깊은 경험이었다.
또 하나. 아시아 리듬체조의 변화상을 확인한 것이다. 아시아 리듬체조는 사실 구 소련에서 분리된 국가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선 덩선유에(중국) 등 극동아시아의 선전이 돋보였다. 손연재도 4년 전 아시아선수권, 3년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서는 아시아 1인자가 아니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강세에 밀렸다.
이젠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당당히 아시아 1인자로 등극했다. 폭풍성장한 손연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성장에 긴장할 수 있게 된 계기도 됐다. 손연재는 “한국, 일본, 중국 선수들이 아시아 리듬체조를 이끌어가는 것 같다. 뿌듯하다. 하지만, 긴장도 된다”라고 했다.
실제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일부 선수와 함께 러시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도 그만큼 리듬체조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손연재가 아시아에서 1인자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결코 방심할 순 없다. 손연재는 유럽 톱랭커들 속에서 더욱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시아 1인자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혹은 책임감도 갖게 됐다. 한 마디로 방심은 금물이다.
손연재는 15일과 16일 갈라쇼를 치른 뒤 다시 출국한다. 7월 러시아 카잔 유니버시아드,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 세계선수권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국제대회 최초 3관왕. 자신감도 생겼지만 방심할 수도 없음을 느낀 아시아선수권. 손연재에겐 정말 잊지 못할 대회가 됐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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