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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청률이란 수치가 방송 프로그램의 가치를 온전히 대변한다고는 못하지만, MBC '일밤'의 지난날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일밤'이 기록한 시청률이 놀라운 결과란 건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9일 방송된 '일밤'의 1부 '아빠! 어디가?'와 2부 '진짜 사나이'는 모두 SBS와 KBS 2TV 경쟁프로그램을 꺾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 16.0%(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고, '진짜 사나이'는 14.5%였다. 둘 다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한 것으로 '진짜 사나이'의 경우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꺾고 처음으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일밤'은 그동안 '폐지의 늪'과 다름 없었다. '나는 가수다'를 제외하면 지난 2011년부터 '일밤'에선 '집드림', '바람에 실려', '룰루랄라', '꿈엔들', '남심여심', '무한걸스', '승부의 신', '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 등의 프로그램이 6개월을 못 넘기고 폐지됐다. 낮은 시청률이 사실상 폐지의 이유였다. 따라서 지금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선전은 '일밤'에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줄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의 탄생이란 평가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상황이다.
그간 '일밤'에 투입됐다가 폐지의 운명을 맞았던 프로그램과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의 차이점은 뚜렷하다.
먼저 식상함을 극복했다는 점인데, 사실 야외에서 1박 2일을 보낸다는 콘셉트나 군 생활에 연예인이 도전한다는 콘셉트는 모두 기존에 보여진 적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 두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이 식상함을 흔히 말하는 '진정성'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의 진정성은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나온 꾸미지 않은 장면들이었다. 대개의 리얼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프로그램들이 진정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상황 속 출연자들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지만, 아무리 솔직하게 방송에 임한다고 해도 어른인 출연자들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어른인 출연자들은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계산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준 아이들은 달랐다. 윤후가 달걀 프라이에 식욕을 감추지 못하고, 김민국이 눈물을 흘리고, 김민율이 병아리한테 말을 거는 건 모두 카메라가 없을 때에도 늘 똑같은 평소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인 것이다.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을 24시간, 5박 6일 동안 입대시킴으로써 단순 체험 이상의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군 생활 체험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으며 땀 흘리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결국 카메라 앞에서 촬영된 '체험'이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출연자들은 실제 생활관과 훈련장에서 다른 장병들과 기상부터 취침까지 모든 걸 함께했고, 제작진은 이 모습을 계속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서 '리얼한' 장면을 끄집어냈던 것이다. 샘 해밍턴이 말 끝에 '요'를 붙여서 분대장에게 끊임 없이 지적 받았던 건, 장병들 역시 출연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군 생활을 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선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스타 MC나 스타 게스트에 기대던 기존 예능프로그램과 달랐단 점이다. 실제로 '아빠! 어디가?'의 주인공은 김성주, 성동일, 이종혁, 윤민수, 송종국이라기보다는 김민국, 성준, 이준수, 윤후, 송지아 등 아이들이고, '진짜 사나이'의 출연자들도 서경석은 리얼버라이어티와 거리가 먼 개그맨이었으며,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활약했던 김수로도 본업은 배우였을 뿐 류수영, 손진영, 샘 해밍턴, 장혁, 박형식, 미르 전부 리얼버라이어티에 강한 이들이 아니었다.
따라서 '폐지의 늪'에 빠졌던 '일밤'이 다시 살아나고 다른 경쟁프로그램에 앞섰단 사실은 결국 스타에 기댄 예능프로그램이라고 무조건 높은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프로그램의 진정성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위), '진짜 사나이'.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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