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올밴 빠진다고 시청자 돌아올까? [이승록의 나침반]

'라스'와 '무릎팍'의 같은 위기 다른 대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개그맨 유세윤이 동시에 빠진 MBC '라디오스타'와 '무릎팍도사'는 모두 '황금어장'이란 한 테두리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때 하나로 묶여있던 두 프로그램이었는데 유세윤의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은 너무 달랐다.

'라디오스타'는 개그맨 김구라를 투입했고, '무릎팍도사'는 개그맨 이수근과 장동혁을 데리고 왔다. 이 과정에서 가수 올라이즈 밴드도 '무릎팍도사'에서 하차했다.

김구라가 복귀한 뒤 첫 방송이었던 12일 '라디오스타'는 바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구라가 더 독해졌든, 덜 독해졌든 정작 중요한 건 김구라의 존재 자체가 이야깃거리란 사실이었고, 게스트들은 김구라가 돌아와 지레 걱정했다고는 하지만 '라디오스타'에 적응이 필요해 보이는 김구라의 멘트는 게스트들도 웃게 했다.

시청자들도 김구라의 복귀가 반갑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라디오스타'와 '무릎팍도사'가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하차한 유세윤의 빈자리에 대응하는 차이였다.

김구라는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라디오스타'로 돌아오길 바라던 인물이었다. 그는 '라디오스타'의 상징과도 같았고, '라디오스타'에 '독설 토크쇼'란 콘셉트가 생긴 것도 '독설'로 이미지가 대표되는 김구라의 진행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김구라의 '라디오스타' 복귀가 비록 유세윤의 하차와 맞물렸음에도 충분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김구라 처럼 복귀시킬 인물이 없던 '무릎팍도사'였는데 과연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는 인물을 투입한 걸까.

이수근은 앞서 강호동과 함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끌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최근에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이수근의 '무릎팍도사' 투입은 이미 검증된 강호동과의 호흡이 기대를 주는 건 맞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보여진 장면의 재현이 돼 신선함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느껴지며, '1박2일'의 짙은 이미지가 왠지 '무릎팍도사'에 이질적으로 비쳐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장동혁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비판적인 질문에 능한 MC의 탄생을 기대하게끔 한다. 다만 '라디오스타'에서 김신영과 김구라가 고백한 '콩트'와 '토크'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장동혁의 성공을 장담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또 이수근, 장동혁이 모두 강호동과 함께 SM C&C 한 기획사에 소속된 식구란 사실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의문이다.

게다가 '무릎팍도사' 원년 멤버인 올라이즈 밴드는 지난해 '무릎팍도사' 2기 출범 당시에는 강호동, 유세윤과 함께하지 못했다가 제국의아이들 광희가 프로그램에서 빠지자 지난 3월이 되어서야 다시 합류했던 상황이었다. 그런 올라이즈 밴드가 3개월여 만에 다시 '무릎팍도사'에서 하차하고, 마침 이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트위터에 "그냥 우린 비정규직. '무릎팍' 많이 사랑해 주세요. 팍팍"이란 글을 남기면서 시청자들이 이 MC 교체 과정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낮은 시청률로 부진에 빠진 '무릎팍도사'의 요즘이다. 그 이유는 '독설'도 '힐링'도 아닌 뚜렷한 콘셉트의 부재, 기대를 넘지 못하는 질문 수위 등이지만 '무릎팍도사'는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지 않나 싶다. 다양한 게스트를 출연시키고 있으나 정작 시청자들의 마음은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릎팍도사'의 MC 교체는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끌어온 결정인 걸까.

[가수 올라이즈 밴드(위), MBC '라디오스타' MC 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가운데 왼쪽부터)-'무릎팍도사' 전 MC 유세윤(아래 왼쪽)과 현 MC 강호동.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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