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인기 아이돌이 주연맡은 뮤지컬 섬머스노우, 日관객 호평
"벌써 여러번 봤어요. 처음보다 자막이 더 자연스럽던데요?"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 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마유미 씨는 한류 뮤지컬 '섬머 스노우'를 세차례 이상 봤다고 한다. 슈퍼주니어 성민, FT아이랜드 송승현, 초신성 성제, 유키스 수현이 번갈아서 주인공을 맡는 이 공연에서 각 주인공들의 특징을 꿰고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여러 차례 공연장을 찾을 정도로 '섬머스노우'에 매료된 일본팬들. 과연 무엇에 매료된 것이었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11일 저녁, 도쿄 아카사카 시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섬머 스노우'의 저녁 공연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일본관객들이 찾아들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나 표정에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읽혔다.
◆ 한류 뮤지컬 '섬머스노우', 일본 관객을 만나다
뮤지컬 '섬머스노우'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사는 남자 주인공과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다. 섬머 스노우, '여름 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뤄지지 못하는 슬픈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 인기남성 2인조그룹 킨키킷즈의 멤버 도모토 츠요시와 여배우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은 원작 드라마는 2000년 7월부터 9월까지 20%에 가까운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그만큼 뮤지컬 '섬머 스노우'는 일본인에게 친숙하며, 어필하기 쉬운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만큼 스토리는 검증됐지만,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일본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느냐다.
드라마 원작의 내용을 두시간 반에 걸쳐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한국인이 한국어로 하는 공연 내용에 일본 관객들이 공감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이다.
뮤지컬 '섬머 스노우'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충분한 공연의 질을 보여줬다.
내용전달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자막의 경우, 약간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공연의 뉘앙스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었다. 배우들도 간혹 간단한 감탄사나 짧은 독백에서 일본어를 섞기도 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무대를 구성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이 뛰어났다. 각종 공연과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실력파들의 무대에 일본 관객들은 놀라워하며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특히, 공연을 본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된 것이 바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걸그룹 씨리얼 멤버 에피(본명: 이지훈)의 노래 실력이었다.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만드는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관중들의 극 몰입을 도왔다.
이날 주인공으로 나선 유키스 멤버 수현과 같은 그룹 멤버로 조연을 맡은 케빈도 뮤지컬 경험이 있어서인지 무난한 연기와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 앞서 나온 세타가야구에 사는 마유미 씨는 유키스 팬이라며 "수현이 유키스 팀내에서도 나이가 많아 형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동생들을 돌보는 주인공 역이 잘 어울렸다"고 호평했다.
약 2시간 반에 걸친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뮤지컬의 슬픈 내용이 그대로 마음에 다가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공연 출연자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이날 저녁공연이 마지막 공연이었던 유키스 수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에 관중들로부터 '울지마' 콜이 계속 됐다.
사이타마에 사는 아유미 씨와 니가타에 사는 마나 씨, 이 두 명의 20대 여성은 "극 내용에 울었고, 수현이 울어서 또 울었다"며 공연을 본 소감을 밝혔다.
이들에게 인상적인 배우가 누구였는지 묻자, 아유미 씨는 "여자주인공이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 여동생 역할(씨리얼 멤버 조여윤)을 맡은 여자분이 귀여웠다. 노래도 잘했다. 치매노인으로 나온 아저씨(개그맨 조금산)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글의 서두에 나온 30대 여성 마유미 씨(회사원)는 이날 공연을 포함해 여러차례 '섬머 스노우'를 관람했다. 그녀는 "배우들의 춤솜씨를 볼 수 있는 쇼나 즐거운 장면이 곳곳에 있는가하면, 슬픈 장면도 있어 공연을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며 자신이 느낀 이 공연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역 인기 아이돌을 볼 수 있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유미 씨는 "공연이 초창기보다 안정적이다. 특히 자막이 상당부분 개선됐더라. 처음에 이 공연을 봤을 때는 어떤 상황인지 알기 어려웠던 장면도 있었지만 점점 개선돼 오늘 공연은 매끄러웠다"며 공연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점을 지적해 필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공연 뒤 관중들의 반응을 보니 대체로 공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부지만, 마유미 씨처럼 여러차례 공연을 관람한 관객도 있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사실 한류 뮤지컬의 경우, 출연 아이돌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위험부담이 큰 해외 공연에서는 아이돌이 '흥행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내에 캐스팅 외적인 부분에서 미흡한 한류 공연이 많았다. 더구나 이런 류의 공연은 티켓 값도 비싼 편이다. 그래서 관람비에 비해 공연의 질이 낮다는 지적은 항상 있었다.
아이돌 팬들이 오로지 아이돌을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해 공연을 관람한다지만, 이들이 느끼는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은 그대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연의 질 문제는 한류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잘 만들어진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만족스러운 얼굴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었다. 좋은 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무대 곳곳에 배여있었다.
아직까지 일본에서 한류 아이돌이 없이는 공연을 성공시키기 쉽지 않다. 간혹 뮤지컬에 경험이 적은 아이돌이 주연을 맡는 현실을 개탄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류 아이돌을 통해 한국 뮤지컬이 일본 사회에 뻗어나가고 일본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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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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