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울산 안경남 기자] 아찔하고 섬뜩했다. 조2위로 브라질행을 확정지었지만 울산문수경기장 분위기는 축제보다 악몽에 더 가까웠다.
한국은 18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서 이란에 0-1로 졌다. 동시에 경우의 수가 복잡해졌다. 같은 시간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를 5-1로 대파하면서 골득실을 따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1골차로 앞서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시작은 축제였다. 울산문수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2000여명의 축구 팬들은 뜨거운 열기로 최강희호에 힘을 불어 넣어줬다. 문수경기장이 매진 된 것도 처음이었다. 2001년 개장 기념 경기로 치러진 울산과 브라질 보타포고의 친선경기가 매진된 적은 있지만 A대표팀 경기서 관중석이 꽉 찬 건 이란전이 최초다. 그만큼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문수경기장은 빈자리 없이 팬들로 가득 찼고 경기 내내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다. 또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울산 축구 팬들의 붉은 함성에 경기장 한 켠에 자리 잡은 350여명 이란 원정 팬들의 응원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울산문수경기장은 악몽으로 변해갔다. 후반 14분 김영권이 이란 구차네자드에 볼을 빼앗기며 실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공격을 몰아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득점에 실패하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휘슬이 울리자 이란 선수들은 벤치서 뛰쳐나와 경기장을 누볐고 한국 팬들은 그들에게 물병을 집어 던지며 야유를 퍼부었다. 이때 한국 선수들은 이를 멍하니 이란의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붉은 악마들이 박수를 보냈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었다.
한국은 정말 가까스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을 쌓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서 축구 팬들은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자칫 우즈베키스탄이 골을 더 넣었다면 조3위로 밀려나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섬뜩한 장면이다.
[울산문수경기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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