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시간 25분.
올 시즌 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은 정규이닝 기준 3시간 17분이다. 지난해보다 11분이나 더 오래한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팀이 두산이다. 두산은 올 시즌 정규이닝 기준 평균 3시간 25분간 야구를 했다.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길게 야구를 하는 팀이다. 두산은 이번주 4경기 중 2경기서 연장전을 치렀다. 모두 4시간을 넘겼다. 19일 잠실 롯데전은 9회까지만 치렀는데도 4시간을 넘겼다.
보통 야구를 3시간 이상 하면 팬들이 지루함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3시간 내내 집중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선수들도 야구를 4시간 이상 하면 경기 막판엔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종종 공수에서 느슨한 플레이가 나온다. 심각한 체력 소모는 다음 경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동일에 연장전이라도 치르면 다음 3연전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결정적으로 이런 모습을 팬들이 좋아할 리 없다. 야구를 오래하면 선수와 팬 모두에게 득이 될 게 거의 없다.
▲ 팀 평균자책점 4.90 8위
세 가지 기록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선 23일 현재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90으로 리그8위다. 시즌 전 우승후보라고 평가를 받았던 두산으로선 충격적인 수치와 순위다. 마운드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제외하면 선발과 구원을 막론하고 100% 믿음을 주는 투수가 드물다. 구원 보직 구분도 사실상 희미해졌다. 부상자에 부진한 선수가 속출하면서 기본적인 틀이 상당히 무너졌다.
때문에 현재 두산 마운드 운용은 매우 가변적이다. 상황에 따라 마운드 운용 기준이 달라진다. 김진욱 감독은 “불펜엔 오른손 2명, 왼손 2명, 사이드암 2명이 있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해 오현택 등 몇몇 투수의 의존도가 높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불펜에 금이 갔다. 경기 후반 벤치에서 예상했던 그림대로 막아주질 못하고 실점을 하면서 경기가 늘어졌다.
불펜에서 예상과 달리 실점이 나오면 자주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22일 경기서도 8회 홍상삼이 김상현이 남기고 간 주자를 홈으로 보내주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7-4 리드를 날린 채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하염없이 경기시간이 길어졌다. 선발투수가 경기초반부터 불안한 경기서는 더욱 시간이 길어졌다. 마운드 부진이 경기가 길어지고 루즈해진 원인이다.
▲ 팀 출루율 0.377 1위, 팀 득점권 타율 0.271 6위
마운드가 불안하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가 길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마운드 부진으로 승부가 일찍 갈릴 경우 경기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두산의 경우 공격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팀 출루율이 0.377로 리그 1위다. 0.414로 6위인 오재원을 비롯해 타석에서 유독 끈질긴 타자가 많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야수진이 두껍다. 개개인의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타석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고 자주 루상에 출루하는 이유다.
그런데 팀 득점권 타율은 0.271로 중, 하위권 신세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주자를 루상에 내보내고도 옳게 해결이 안 됐다. 루상에 주자가 많이 나가면 배터리의 사인교환이 길어질 수 있다. 투수교체도 일어날 수 있다. 타자들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배터리와 수싸움을 한다. 경기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두산 야구는 경기 시간은 시간대로 길어지고 실속은 실속대로 챙기지 못한다.
▲ 불펜 불안한 KIA도 3시간 23분, 삼성-LG-넥센은 3시간 14~15분
두산처럼 불펜이 불안한 KIA도 정규이닝 기준 3시간 23분간 야구를 했다. KIA는 송은범과 신승현 영입 이후에도 좀처럼 불펜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마무리 앤서니 르루도 곡예피칭을 하는 편이다. 경기 중반 이후 구원투수들이 뜻하지 않은 실점을 하면서 경기시간이 길어진다. KIA 다음으로 경기를 오래하는 팀은 3시간 18분의 한화다. 한화 역시 득점권에서의 해결능력이 떨어지고 마운드도 약하다.
반면 선두권을 형성한 삼성, 넥센, LG는 비교적 야구를 빨리 끝내는 편이다. 삼성은 3시간 14분으로 SK의 3시간 10분 다음으로 가장 짧게 야구를 한다. 삼성이 승수를 쌓을 땐 대부분 필요할 때 점수가 따박따박 나온다. 철벽 불펜은 계산된 시나리오대로 리드를 지킨다. 넥센 역시 투타에서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삼성과 동일한 3시간 14분. 또한, 3시간 15분 야구를 한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61로 리그 1위다. 이들이 경기를 짧게, 그리고 팬들에게 인상 깊은 모습을 남기는 건 이유가 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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