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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평가 받던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이 종영했다.
23일 방송된 ‘백년의 유산’ 마지막 회에서는 식물인간의 위기에서 깨어나 결국 민채원(유진)과 결혼식을 올리는 이세윤(이정진)의 모습이 그려지며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복잡하게 꼬인 인물들 간의 관계, 현실적으로 말이 될 수 없는 상황 설정, 자극적인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백년의 유산'은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갖춘 채 성공한 대표적인 드라마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백년의 유산'은 작품 내내 세 개의 이야기 줄기를 꾸준히 유지했다. 삼 대째 이어온 국수집의 맥을 잇기 위해 죽음을 앞두고 자식들을 불러 모은 엄팽달(신구)의 국수집 이야기, 정신병원 감금과 탈출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상황에서 첫 만남을 가진 뒤 온갖 오해와 시련을 극복하며 사랑을 이뤄가는 이세윤(이정진)과 민채원(유진)의 러브스토리, 마지막으로 욕심 많은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와 가족의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당초 ‘백년의 유산’은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에서 삼 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실타래처럼 엉킨 인간사의 감동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기에 이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국수집 이야기였지만, 극이 전개되며 화제를 모은 것은 방영자의 집에서 이뤄지는 처절한 시월드였다.
첫 회부터 방영자는 며느리 민채원을 위자료 없이 ?아내기 위해 그녀를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로도 기억상실, 협박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이 등장한 끝에 두 사람의 관계는 이혼으로 끝을 맺었다.
민채원이 떠난 후에도 방영자의 집에는 새로운 며느리 마홍주(심이영)가 새롭게 등장했고, 비명과 고성 속에 새롭게 전개된 두 번째 시월드 전쟁은 '백년의 유산'을 욕하면서도 보는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로 정착시켰다.
거친 설정 가운데 이세윤과 민채원의 사랑도 덩달아 순탄치 못했다. 불륜, 회사 내 왕따, 오해 등의 상황은 이들을 방해했고,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려는 순간에는 사실 두 사람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라는 출생의 비밀마저 이들을 가로막았다.
무엇 하나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의 삶 속에서 훈훈한 국수집 이야기는 극의 중심에서 한 발 비켜나 파국으로 치닫는 극의 분위기를 순화하는 역할을 맡는 것에 머물렀다.
결국 최후 반에도 제작진은 복잡한 인물 간의 관계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이세윤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위기에 빠진다는 설정을 선보였다. 이세윤이 의식을 잃은 후 일순간에 등장인물들은 화해했고, 마지막 회에서는 이세윤이 의식을 찾고 민채원과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백년의 유산'은 완성됐다.
알려진 대로 '백년의 유산'의 원래 제목은 '삼 대째 국수집'이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에서 배우 정보석은 "원래 드라마 제목이 '백년의 유산'이 아니고 '삼 대째 국수집'이었다. 처음에는 구수한 맛이 사라져서 아쉽기도 했지만 방영자 일가 등을 생각하면 지금의 제목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목에서 국수집이라는 단어가 빠진 순간부터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막장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탄생은 예고된 것이다.
[배우 박원숙, 심이영, 최원영, 이정진, 유진(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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