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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감시자들'(감독 조의석 김병서 제작 영화사 집 배급 NEW)은 정체를 숨긴 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범죄조직과 이들을 쫓는 감시 전문가들의 추격전을 그려낸 영화다. 기존 범죄 조직과 이를 쫓는 경찰의 대립구조와는 사뭇 다르다. 종전 경찰들이 범인들 검거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면, '감시자들'의 감시반들은 이들을 감시하는데 치중한다.
몸으로 행동하기보다 단지 바라보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지만 영화 속 긴장감만큼은 범인을 잡기 위해 몸으로 고군분투하는 영화 못지않다. 이를 위해 '감시자들'에는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을 총동원했다.
동물적 감각을 지닌 감시반의 리더 황반장 역을 맡은 설경구는 "지휘밴에서 촬영을 3일 했는데 내 촬영분의 3분의 1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감시반을 지휘하는 차 안에서 많은 신을 소화해 낸다.
한정된 공간은 자칫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만 '감시자들'에서는 그런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의 제약을 연기력으로 무력화시킨 설경구 덕분에 좁은 차 안은 탁 트인 밖이나 다름없는 촬영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여기에 설경구에게 특화 된 대사들이 웃음을 유발하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범죄설계자 제임스 역으로 분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정우성은 데뷔 후 처음 맡은 악역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악역이지만 단순히 나쁜 놈은 아닐 것이라 믿게 하는 힘이 있으며, 강렬한 눈빛 연기와 각잡힌 액션은 정우성이라는 이름값을 충분히 해낸다. 실제 한효주가 "이 시대 최고의 영화배우"라고 소개할 만큼 영화배우 그 자체인 정우성은 우아한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영화를 정말 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반창꼬'부터 '감시자들'까지, 여배우라면 탐낼 만한 역할을 연속으로 꿰찬 한효주. 천부적인 기억력과 관찰력을 자랑하는 감시반의 신참 하윤주 역을 맡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영화를 보기 전 한효주가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설경구와 정우성에게 묻힐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번 작품 속 그의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과 다리로 선보이는 액션신은 액션배우로서 한효주의 모습까지 기대하게끔 한다.
'감시자들'로 스크린에 정식 데뷔하는 2PM 준호 역시 연기돌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부상 때문에 팔에 깁스를 한 채로 오디션에 임하는 열정을 보여준 그는 촬영장에서도 스타가 아닌 신인 배우의 자세로 임했다는 후문. 그래서인지 스크린에는 인기로 낙하산 투입된 스타가 아닌 영화 속에서 제 역할을 소화해 내는 신인 배우 준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청계천에서 서소문 고가로 연결되는 추적 액션 시퀀스 등 붐비는 서울 시내에서 진행된 액션신들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테헤란로에서 벌어지는 오프닝 카체이싱은 속도감과 함께 시원한 볼길 거리를 제공하며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감시자들'은 배우들의 호연뿐 아니라 감시라는 신선한 소재를 택했지만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자칫 늘어지거나 지루할 수 있다는 한계를 뛰어 넘어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뛰기 보다는 걷는 인물들을 내세웠음에도 달려가는 듯한 심장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만한 한효주의 기억력, 필연이 되는 우연 등 심장의 쫄깃함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러닝타임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내달 3일 개봉.
[영화 '감시자들' 스틸컷.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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