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다름, 틀림과는 다르다.
두산 좌완 유희관이 선발투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유희관은 26일 광주 KIA전서 5⅓이닝 9피안타 1탈삼진 3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으나 평균자책점을 2.76으로 낮추면서 이 부문 3위로 뛰어올랐다. 6월에만 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05. 직구 최고구속이 135km에 불과하지만, 75km짜리 커브로 완급조절이 가능하다. 날카로운 제구력마저 더해지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유희관을 상대하는 팀의 타자들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좀 더 선발투수로 꾸준히 나설 경우 상대 분석에 의해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유희관에 대한 검증이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니다. 그러나 직구 140km를 못 던져도 선발투수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난해 맹활약한 선발투수들의 부진
전날 경기서 호투한 투수들의 말을 다음날 들어보면 대부분 “한국 타자들의 적응력이 대단하다. 철저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투수의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 제아무리 정상급 투수라고 해도 준비를 소홀히 하면 얻어맞는다. 실제 올 시즌 마운드를 살펴보면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친 투수 중 상당수가 고전하고 있다.
외국인투수의 경우 2년차 이상을 맞이한 선수들의 고전이 눈에 띈다. LG 벤자민 주키치가 3승 5패 평균자책점 5.40, 한화 대니 바티스타가 5승 5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승수는 물론 평균자책점에서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KIA 헨리 소사가 8승 3패 평균자책점 4.81, 롯데 쉐인 유먼이 6승 3패 평균자책점 4.03, 넥센 브랜든 나이트가 5승 4패 평균자책점 3.97, 벤 헤켄이 7승 6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 중이지만 승수 혹은 평균자책점에서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실정.
지난해 일약 정상급 선발 반열에 올랐던 두산 노경은도 3승 5패 평균자책점 4.44, SK 윤희상도 3승 4패 평균자책점 4.92로 부진하다. 두 사람은 시즌 초반보다 점점 좋아지고 있으나 지난해 위력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야구에서 전력분석이 워낙 보편화 돼 있어 정상급 투수들의 경우 철저하게 분석이 돼 있다고 본다. 또한, 공이 타자들에게 익숙해진 측면도 있다.
▲ 획일화된 투수들, 타자들에게 얻어맞는다
현재 국내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 외국인 투수는 쓰는 팔만 다를 뿐, 정통파다. 주무기도 다르고 투구 폼도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큰 신장을 활용한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에 각도 큰 변화구, 그리고 직구처럼 날아오다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하는 투심, 컷 패스트볼 등을 섞는다. 야구는 투수놀음. 투수의 컨디션이 좋을 경우 타자가 당해낼 순 없다.
문제는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구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통타를 당한다는 것. 구위가 아닌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국내 투수들도 조금이라도 공이 한 가운데로 몰리면 타자들의 자비란 없다. 현재 국내 대부분 정상급 투수들은 세밀하게 따져보면 다르지만, 기본적인 투구 스타일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타자들에겐 익숙해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투수는 매번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그때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진짜 능력”이라고 했다. 또 다른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타자들의 변화무쌍한 대응에 투수들이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투수들의 임기응변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4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팀이 6팀이나 되는 게 올 시즌 국내야구의 현실이다.
▲ 느린 공도 경쟁력이다
이런 점에서 유희관의 선발투수 연착륙 도전기는 흥미롭다. 확실히 남들과 차별화가 돼 있다. 유희관은 최저구속과 최고구속의 차이가 60km 정도 차이가 난다. 26일 KIA전서는 몇몇 타자가 방망이를 내는 타이밍을 잡지 못해 제대로 치지도 못한 채 힘 없는 타구를 양산했다. 느린 볼에 타이밍을 맞추다 오히려 120~130km대 직구에 서서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유희관의 투구방식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유희관 역시 제구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얻어맞게 돼 있다. 오히려 장타를 맞을 위험성은 더 높다. 상대 분석이 좀 더 철저하게 될 때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남들과 차별화 된 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유희관은 일전에 “나도 빠른 볼을 던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슬로우 커브는 주자 없을 때만 던진다”라고 나름대로의 투구철학에 대해 밝혔다.
LG 우규민, 신정락, NC 이재학, 이태양 등 최근 사이드암 선발투수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남들과 같은 전략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유희관이나 사이드암 선발투수들 모두 상대분석과 자가발전을 게을리 할 경우 부진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희관(위), 신정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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