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김기태 감독은 LG의 사령탑에 오른 뒤 뒷문 강화를 위해 애썼다. 첫 시즌이던 지난해 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마무리 이미지에 걸맞는 강속구를 지닌 레다메스 리즈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첫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 리즈는 '16구 연속 볼'의 기억을 남긴 채 마무리 자리에서 하차했고, 이후 선발로 돌아왔다. 지난해 후반기에 눈부신 역투를 펼쳤음에도 5승 12패로 시즌을 마쳤을 만큼 마무리 실패와 선발 재적응으로 인한 리즈의 전반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리즈가 이탈하면서 토미존 수술 후 재활을 거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려고 했던 봉중근이 시즌 중에 긴급히 마무리가 됐다. 에이스 출신답게 봉중근은 갑작스레 맡게 된 보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소화전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봉중근은 지난해 1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해 마무리로 안착했다. LG가 오랜만에 가져보는 특급 마무리였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유원상-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불펜의 필승 계투조를 만든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검증된 봉중근을 그대로 마무리에 고정했다. 불펜에는 정상급 셋업맨 정현욱이 가세했고, 차명석 코치의 조련 하에 기존 투수들의 기량도 조금씩 업그레이드 됐다.
그 결과 LG는 이번 시즌을 통해 마운드가 탄탄한 팀으로 거듭났다. 팀 평균자책점 3.59로 9개 구단 가운데 1위다. 투수력이 강한 팀의 대명사였던 삼성(3.78)보다 앞서 있다는 점은 다시 보아도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돋보인 것은 안정된 불펜이었다. 유원상이 지난해와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이동현이 평균자책점 1.80으로 막강하고, 정현욱(2.45)과 봉중근(0.98) 모두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이다. 특히 봉중근은 16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실패가 단 2번에 불과했다.
선발도 만만치 않다. 리즈는 에이스가 됐다. 벤자민 주키치가 아직 불안정하지만, 우규민이 6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린 가운데 리즈, 신정락, 류제국 등이 선전하면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지금의 LG다.
특히 리즈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에이스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는 23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평균자책점을 2.93으로 끌어내렸다. 또한 시즌 15경기에서 95⅓이닝을 소화해 조조 레이예스(SK)에 이은 이 부문 리그 2위로 이닝이터의 면모도 과시하는 중이다.
리즈의 마무리 전환 실패는 지난해 LG가 맞이한 첫 위기였지만, 지금은 리즈의 실패가 LG의 선발과 불펜이 동시에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다 줬다. 봉중근은 어디에 두어도 자기 몫을 해낼 선수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실패를 통해 리즈가 선발 체질이라는 것을 느낀 LG는 빠른 결단으로 마운드 전체의 힘을 배가시켰다.
타격까지 9개 구단 가운데 타율 2위(.280)로 불을 뿜으며 LG는 최근 투타가 가장 잘 조화된 팀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3위지만, 1위와의 승차는 1.5게임차에 불과하다. 휴식 후 홈에서 치를 SK와의 3연전을 통해 선두로도 도약할 수 있는 격차다. 리즈는 3연전의 첫 경기 선발로 기선제압에 나선다.
[레다메스 리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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