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밥값 잘하나.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반환점을 돌았다. 마침 이번주 내내 장맛비가 예보됐다. 9개 구단도 한번쯤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볼 타이밍이다. 누가 제 몫을 했고, 누가 제 몫을 하지 못했는지 한번쯤 따져볼 때다. 특히 비용대비 활약상을 면밀히 파악해야 선수단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법. 예를 들어 연봉 3~4000만원짜리 타자가 60여경기서 3할에 7~8홈런 2~30타점을 올렸다면 밥 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러나 몇 억원을 받는 선수가 그 정도 기록을 남겼다면 자기 밥값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 억대 연봉자 121명, 야구선수들은 고소득자
올 시즌 KBO에 등록된 9개구단 선수는 총 553명이다. 이 중 억대 연봉자는 121명이다. 지난해보다 9명 늘어났다. 올 시즌 새롭게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도 19명이나 된다. 5억원 이상 초고액 연봉자도 15명이다. 외국인선수, 신인선수를 제외한 국내선수들의 평균연봉은 9496만원. 지난해 9441만원보다 0.6% 증가했다.
쉽게 말해서 프로야구 선수 5명 중 1명은 억대연봉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통합 2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경우 평균연봉 자체가 1억2204만원이다. 야구 좀 한다는 소릴 듣는 선수는 대부분 대기업 부장급 이상 연봉을 받는 셈이다. 일반 대기업 직장인이 부장, 이사급 직급을 달려면 40대 중반 이상은 돼야 한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만 꾸준히 잘하면 FA 대박을 통해 샐러리맨이 도저히 벌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 수 있다. 직장인보다 훨씬 빨리 은퇴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벌 수 있다. 좀 유명한 야구선수들. 돈 많이 버는 만큼 밥 값을 해야 된다.
▲ 초고액 연봉자들, 의외로 밥 값 못하는 선수도 많다
초고액 연봉자들의 올 시즌 활약상을 살펴보자. 밥 값 못하는 선수. 의외로 많다. 올 시즌 연봉킹은 15억원을 받는 한화 김태균이다. 올 시즌 62경기서 타율 0.311 3홈런 28타점이다. 타율은 그렇다 쳐도 홈런과 타점은 연봉킹 아우라에는 못 미친다. 8억원을 받는 연봉 2위 삼성 이승엽도 올 시즌 타율 0.227 7홈런 44타점이다. 타점은 팀내 최다지만, 타율과 홈런에서 8억원 값을 해내진 못하고 있다. 7억원을 받는 연봉 3위 두산 김동주도 부상과 부진으로 28경기서 타율 0.256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 연봉 톱3는 전반기에 비용대비 밥값을 해내지 못했다.
이밖에 6억원을 받는 넥센 이택근(0.281 4홈런 31타점)과 김병현(5승 3패 평균자책점 4.37), 5억 5000만원을 받는 롯데 강민호(0.262 3홈런 33타점)와 SK 정근우(0.284 5홈런 19타점)도 초고액 연봉에 비하면 제 몫을 100% 해내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물론 초고액 연봉자들의 경우 수년간 꾸준한 활약을 펼쳤기에 부진을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다. 후반기 반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비용을 투자한 만큼의 활약을 해내는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삼성 오승환이다. 5억 5000만원으로 김병현에 이어 투수 연봉 2위인 그는 올 시즌 23경기서 1승 15세이브 평균자책점 0.38이다. 자책점 포함 실점한 경기가 단 2경기뿐이다. 세이브 기회가 유독 적었을 뿐. 올 시즌 역시 국내야구 최고 불펜투수는 오승환이다.
LG 베테랑 삼총사 이병규, 이진영, 정현욱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6억원의 이병규는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했으나 38경기서 타율 0.358 3홈런 30타점 맹타다. 역시 6억원의 이진영도 44경기서 타율 0.326 3홈런 26타점이다. 순도 만점 활약. 4억원을 받는 이적생 정현욱도 2승 3패 2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2.34로 맹활약 중이다.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SK 최정도 빼놓을 수 없다. 5억 2000만원을 받는 그는 62경기서 타율 0.333 16홈런 49타점 대활약이다. 타율, 홈런, 장타율(0.611) 등에서 선두 질주. 구단들로선 이들에게 투자한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 저비용 고효율 알짜배기도 있다
성적은 확실히 연봉 순이 아니다. 보통 샐러리맨 과장급도 되지 않는 저연봉을 받지만 활약은 어마어마한 선수가 있다. 대표적 선수가 LG 문선재와 김용의다. 두 사람은 올 시즌 LG 1루를 양분하고 있다. 문선재는 올 시즌 49경기서 타율 0.305 3홈런 22타점, 김용의는 59경기서 타율 0.295 2홈런 22타점이다. 문선재는 2500만원, 김용의는 5000만원을 받는다.
1군 콜업이 임박한 SK 한동민도 대표적 저비용 고효율 선수다. 그는 1군 최저연봉인 2400만원을 받는다. 올 시즌 40경기서 타율 0.284 6홈런 28타점. 고연봉 구단 삼성도 6000만원을 받는 정형식만 보면 웃음이 나온다. 59경기서 타율 0.277 3홈런 18타점에 득점권 타율이 무려 0.364다. 4100만원을 받는 두산 허경민도 타율 0.288 21타점 28득점으로 주전자리를 꿰찼다. 4200만원을 받는 롯데 정훈도 타율 0.275 2홈런 14타점으로 활약이 쏠쏠하다.
NC 톱타자 김종호도 3000만원을 받는데 성적은 타율 0.305 15타점 27도루다. 간판타자 나성범도 타율 0.278 5홈런 36타점을 기록 중인데 연봉은 4000만원이다. 4200만원의 모창민도 타율 0.310 4홈런 18타점으로 활약이 괜찮다. NC는 대부분 저연봉 선수로 구성돼있다. 저비용 고효율 구단이라 보면 된다.
마운드로 눈을 돌려보면 3400만원의 SK 전유수가 31경기 2승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51, 3000만원의 두산 오현택이 3승 2패 4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61, 2600만원의 유희관이 3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2.76, 5000만원의 넥센 한현희가 3승 11홀드 평균자책점 3.00, 3000만원의 LG 신정락이 3승 4패 평균자책점 3.51, 5000만원의 NC 이재학이 4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로 맹활약 중이다.
LG, 넥센에서 유독 저비용 고효율 선수가 눈에 많이 띈다. 구단의 기대치가 크지 않았는데 잘 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두 팀이 올 시즌 잘 나가는 숨은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저비용 고효율 선수가 적고 고비용 저효율 선수가 많은 팀은 성적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선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단에서 받는 만큼의 밥 값만 해내면 그 팀은 잘 굴러가게 돼 있다.
[오승환(위), 이병규-김용의(가운데), 김종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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