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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한창 성숙해진 아역배우 진지희의 연기에서 "빵구똥구"를 외치던 철없는 꼬마 정해리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진지희는 1일 밤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극본 권순규 이서윤 연출 박성수 정대윤) 첫 방송에서 어린 유정 역을 맡아 배우 노영학이 연기하는 어린 광해와의 설레는 첫 만남을 그려냈다.
이날 방송에서 유정은 자신이 짐승을 잡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서 광해와 처음으로 대면했다. 함정 속을 확인한 후 유정은 꺼내 달라 외치는 광해를 본체만체하며, 사냥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아쉬워했다. 이런 유정의 모습에 화가 난 광해는 꾀를 써 그녀 또한 함정 속에 빠뜨렸다.
함정 속에서 두 사람의 티격태격 신경전을 이어갔다. 자신을 왕자라 말하는 광해에게 유정은 "소녀, 죽을죄를 졌사옵니다. 존귀하신 마마를 몰라봤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냐? 왕자? 웃기시네"라며 코웃음을 쳤다. 광해 또한 난생 처음 받는 푸대접에 "여기서 나가면 삼족을 멸할 것이다"라고 호통을 쳤다.
두 사람의 대사는 거칠었지만 과정에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유정과 광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두 주인공의 어린 시절 로맨스는 아역 연기자로부터 시작된 관계가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호평을 받았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보는 듯 했다.
또 진지희는 유을담(이종원) 아래서 티 없이 맑게 자란 유정의 해맑은 모습을 특유의 똑부러지는 말투와 표정으로 표현했고, 극 말미 공개된 예고에서는 곤경을 겪는 유을담을 대신해 이강천(전광렬)에 대적하는 당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진지희는 지난 2003년 KBS 2TV 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아역배우로 데뷔한 후 SBS 드라마 '연애시대',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 2009년 방송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맡은 '빵구똥구' 정해리 역은 진지희라는 아역배우의 이름을 시청자에 각인시킨 계기였다.
어린 나이에 맡은 인상적인 캐릭터는 진지희라는 배우의 인생에 새로운 역할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최근작인 '해를 품은 달'과 영화 '고령화가족', 그리고 '불의 여신 정이' 첫 방송을 통해 진지희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냄과 동시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더 큰 가능성을 증명했다.
[아역배우 진지희와 노영학.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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