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설경구는 연기 잘 하는 배우다. 어떤 역을 연기하든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설경구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데 이견이 없을 테지만 작품 속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와 달리 현실 속 설경구는 자신을 향한 호평에 쑥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연기 호평'의 '연'자만 꺼내도 부끄러워하며 말을 돌리기 일쑤다.
설경구가 시나리오도 받아보지 않은 채 '감시자들'에 출연하기로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가 설경구에게 출연을 제안했고, 평소 이유진 대표에게 믿음이 있었던 설경구가 출연을 결정했다. 물론 정우성과 한효주가 이미 출연을 확정지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정우성과 한효주가 출연한다는 말은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비록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믿음으로 출연을 결정하긴 했지만 그의 촉은 정확했다.
설경구는 "내가 운이 좋은 놈이다. 이렇게 스타일이 나는 영화가 얻어 걸릴지 누가 알았냐. 내 필모그래피에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리얼리티 영화에 주로 출연해 온 설경구는 스타일리시한 영화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역도산'에서 역도산으로 변신하기 위해 체중을 불리고 고난이도의 프로레슬링 기술을 익혔다. 한국어 대사가 거의 없는 탓에 현지인들도 놀랄 정도의 일본어 대사까지 마스터 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지인들은 '힘들어 보인다. 이제 편안하게 해라'라고 조언했고,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자신 역시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스타일리시한 영화인 '감시자들'에 합류하게 됐다. 의도치 않았지만 출연부터 결과까지 하나하나가 딱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설경구는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갖게 됐을 뿐 아니라 이번 작품을 통해 그에게 따라 붙는 강철중이라는 단어도 저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었다. 형사 역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공공의 적'의 강철중 캐릭터가 너무 강했던 탓에 형사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 이번 작품으로 그는 강철중이 아닌 황반장이라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감시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강철중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고 밝혔던 설경구는 아직도 강철중 콤플렉스가 있다는 속마음을 꺼내 보였다.
그는 "강철중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고는 할 수 없다. 콤플렉스는 있는데 '감시자들'에는 강철중 같은 동선이 없었다. 영화를 찍기 전 강철중을 의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기하다 보니 황반장은 강철중이 나올 수가 없는 톤이었다. 지휘 밴에서 3일 동안 촬영했는데, 나는 툭툭 던지겠다고 했다. 내가 맡아야 하는 부분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편안한 톤으로 하겠다고 했다. 좋았던 것 같다. 뛰지 않는 추격극"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스스로는 '강철중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었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지만 그를 보며 더 이상 강철중 만을 떠올리긴 힘들어 보인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자신을 가둔 벽을 깬 설경구지만 그는 아직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힘든 것이라고 했다.
설경구는 "할수록 힘들다. 도망갈 곳도 없다. 10년 넘게 하면 (대중이 보는 내가) 식상해 진다. 우성이처럼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감독에 의지해야 된다"며 장난기 어리지만 겸손한 말도 남겼다.
설경구가 카리스마와 연륜으로 타깃을 쫓는 감시반 리더 황반장, 생애 첫 악역을 맡은 정우성이 감시반에 맞서는 비밀스런 범죄 조직의 리더 제임스, 한효주가 뛰어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감시반 신참 하윤주 역을 맡았다. 또 2PM의 이준호가 감시반의 에이스 다람쥐 역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했다. 오는 3일 개봉.
[배우 설경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