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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많은 사람들은 네이마르(21)를 가리켜 유투브 선수라며 조롱했다. 지나치게 거품이 많이 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 1일 끝난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드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은 바르셀로나가 왜 네이마르 영입에 5700만유로(약 833억원)의 거액을 투자했는지 증명해줬다. 1992년생으로 손흥민(레버쿠젠)과 동갑내기인 이 어린 선수에 대해 벌써부터 많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유투브 선수도 그 중 하나였지만 이제 네이마르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 바르셀로나에서 또 다른 천재 리오넬 메시(26)와의 공존 숙제가 남았지만, 적어도 브라질 안에서 보여준 네이마르의 재능은 새로운 ‘축구의 신(神)’의 등장을 예고했다.
① 네이마르 포지션
우리가 알고 있는 네이마르의 포지션은, 넓게는 2선 공격수 좁게는 측면 윙포워드다. 이번 컨페드컵에서 네이마르는 측면 윙포워드로 활약했다. 위치는 왼쪽이었다. 경기 도중 위치를 바꾸기도 했지만 대부분 왼쪽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와 같은 포지션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네이마르는 컨페드컵을 앞두고 10번으로 등번호 변경을 요청했고, 실제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서 ‘10번 역할(플레이메이커)’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온 네이마르는 컨페드컵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② 브라질 시스템
2002 한일월드컵을 우승한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은 4-3-3(또는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는 안정과 모험을 동시에 추구했다. 루이스 구스타보(바이에른 뮌헨), 파울리뉴(코리안치스)를 동시에 기용해 공수에 안정함을 더했고 네이마르, 헐크(제니트) 그리고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다니 알베스(바르셀로나)를 측면에 배치해 빠른 카운터어택을 가능케 했다. 파울리뉴는 2002년 클레베르손(비록 맨유에서 실패했지만)을 떠올리게 했고 오스카(첼시)는 카카의 공백을 지웠다. 그는 중앙에서 좌우로 빠지며 네이마르(또는 헐크)와 수시로 자리를 바꿨다. 첼시서 측면을 뛴 경험 덕분이다. 또한 압박도 뛰어났으며 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스도 위협적이었다. 4백 수비도 스콜라리 전술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알베스-다비드 루이스(첼시)-티아구 실바(파리생제르맹)-마르셀루는 후방에서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이 탁월했다. 또한 스피드도 빨라 좀처럼 뒷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③ 네이마르 활용법
앞서 언급했듯이 스콜라리 감독은 네이마르를 왼쪽에 배치했다. 네이마르는 상대에 따라 전진하는 정도는 달랐지만 대부분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과의 개막전서 터진 환상적인 발리슛과 스페인과의 결승전서 작렬한 대포알 왼발 슈팅 모두 비슷한 위치서 나온 이유다.(심지어 이탈리아전 프리킥도 그 위치였다) 반대의 헐크도 마찬가지였다. 스콜라리는 네이마르와 헐크를 안으로 이동시켜 상대 풀백을 유인하고 그 공간을 알베스, 마르셀루가 전진하게 했다. 물론 매번 그랬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전에선 알베스, 마르셀루가 전진을 최대한 자제하고 네이마르, 헬크가 좀 더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 아르옌 로벤처럼 말이다.
④ 가짜 11번?
이처럼 네이마르는 왼쪽에서 ‘가짜 11번’ 역할을 맡았다. 측면에 배치되지만 (크로스를 주로 올리는) 윙플레이가 아닌 문전으로 직접 파고들어 골을 노렸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네이마르가 종종 ‘가짜 10번’ 역할도 했다는 점이다. 비록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서 10번 역할에 실패했지만 네이마르는 윙포워드임에도 날카로운 전진패스로 여러 차례 직접 기회를 만들어냈다.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네이마르가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프레드에게 찔러준 패스가 대표적이다. 프레드의 슈팅이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혀 골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네이마르의 또 다른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네이마르(10개)는 스페인의 샤비(바르셀로나·14개) 다음으로 가장 많은 ‘키 패스(Key Passes)’를 한 선수였다.
거품을 지워낸 네이마르의 다음 과제는 스스로 존경을 표한 바르셀로나 선배 메시와 공존하는 것이다. 마라도나와 펠레의 공존과도 비교되는 두 선수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2013-14시즌 내내 계속될 것이다. 바르셀로나 전설 요한 크루이프 마저 회의론을 제기한 가운데 메시와 네이마르는 “문제없다”며 공존을 자신하고 나섰다. 다행히도 둘은 포지션상 겹치는 부분은 없다. 네이마르는 왼쪽에서 다비드 비야(또는 페드로)가 뛰었던 위치에 서면된다. 그리고 메시는 최전방서 ‘가짜 9번’을 하거나 좀 더 후방으로 내려와 ‘진짜 10번’ 플레이메이커를 맡을 수도 있다. 네이마르는 컨페드컵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스스로 만들기보다 동료를 이용하려했다. 네이마르는 벌써 메시와 함께 사는 법을 터득 했는지도 모른다.
[네이마르.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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