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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가끔씩 생각하죠. '내가 나중에 커서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저는 계속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2000년생 만 13세,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배우 김향기가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서 한 말이다.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여주인공 심하나를 연기하고 있는 김향기다.
내용은 차치하고, '여왕의 교실'에서 김향기, 서신애, 천보근, 김새론 등 어린 배우들의 연기는 가끔씩 울컥할 때가 있다.
"우리 반에서 널 좋아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어" 하면서 마여진(고현정) 교사가 오동구(천보근)에게 모욕을 줄 때, 심하나(김향기)가 용기를 내 "여기 있어요 선생님. 오동구가 공부보다 벌레 잡는 걸 좋아하고, 코미디언, 바보 흉내나 내면서 다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오동구는 분명히 좋은 친구예요" 하면서 "전 동구를 좋아해요. 오동구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예요"라며 눈물 흘리던 장면에는 분명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이 있었다.
또한 "친구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좀 가! 가라고!" 소리치는 은보미(서신애)에게 "친구해주겠다고 온 거 아니거든! 착한 척 하려고 온 거 아니거든! 친구해달라고 왔다고…" 하며 심하나가 은보미와 함께 울부짖는 장면도 어릴 적 한 번이라도 우정 때문에 눈물 흘려봤던 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이 쿡 찔린 듯 아릿한 감정이 드는 아이들의 연기. 아마 순수함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게 잘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연기가 아니었다. 고스란히 캐릭터에 들어가 보여주고 들려준 김향기 아닌 심하나의 감정과 목소리였다. 연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아이들에게서 나온 순수한 연기였다.
배우 고현정은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들의 천진함은 늘 부러운 것이다. 나도 잃고 싶지 않은 거니까"라고 했다. 송영만 교감 역의 배우 이기영은 '사람이 좋다'에서 "'아역' 타이틀을 붙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동료 배우다. 정말 딱 대본에서 원하는 것만큼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정말 기가 막히게 한다. 보면서 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들 정도로 현장에서 굉장히 진지하다"고도 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듯한 연기. 음악방송의 3, 4분 남짓한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다른 가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아이돌 가수들은 연기에도 그런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다. 감정의 과잉은 어색한 몸짓과 말투로 표현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조화되지 못한 채 홀로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과 드라마 '아들 녀석들'에 출연했던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리지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연기를 하는 이유를 묻자 "아이돌 수명이 짧기 때문에 뭐라도 다 펼쳐놔서 해야 된다"고 했다.
노래와 춤 모두 그룹 내에서 "서브다. 어중간한 자리"라던 리지는 "노래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다"란 얘기를 했다. 아이돌이라지만 먼저 가수이기에 리지의 말들은 왠지 서글펐다. 리지의 말이 아이돌의 짧은 수명 때문에 앞으로는 노래와 춤을 갈고닦아야겠단 각오로는 결코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왕의 교실'에서 왕따 은보미 역의 1998년생 배우 서신애는 '사람이 좋다'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어른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시는데 그 '잘한다 잘한다'가 '네 나이 또래에선 잘하는 편'이란 거지 '오, 정말 잘한다' 이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싶어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장면(위)-배우 서신애, 김새론, 천보근, 김향기, 이영유(아래 사진 왼쪽부터).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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