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LG가 야구라이벌이 된다?
삼성과 LG는 재계라이벌이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은 자산총액 약 306조로 재계순위 1위다. LG는 자산총액 약 102조로 4위다. SK와 롯데도 각각 3위와 5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삼성과 LG는 오랜 기간 전자업계에서 직접적으로 경쟁을 해왔던 터라 라이벌 의식은 남다르다.
사실 야구에선 삼성과 LG가 라이벌이라 보긴 어렵다. 삼성이 2002년을 시작으로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까지 최근 11시즌 중 5시즌동안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동안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포스트시즌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LG는 1990년과 1994년 통합챔피언에 오르는 등 1990년대엔 강호 아우라를 풍겼으나 21세기 들어 그 이미지가 완전히 희석됐다.
▲ 잘 나가는 LG, 이젠 선두 삼성 견제한다
삼성은 올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두권을 지켰다. 6월 이후 선두로 치고 올라섰다. LG는 초반 중상위권을 지키다 5월 들어 급추락을 시작했다. 팬들은 두 팀이 재계라이벌이지만, 야구계에선 매년 봐왔던 일이라며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7월 5일 현재 삼성과 LG는 2경기 차로 선두와 2위다.
LG 야구가 예년과는 달라졌다. 최근 11차례 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7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쭉쭉 끌어올렸다. 공교롭게도 5월 21일 대구 원정 3연전서 삼성에 2승1패하며 상승세가 시작됐다. LG는 6월 21일~23일 대구 3연전서도 삼성에 2승 1패를 했다. 올 시즌 두 팀의 상대전적은 4승 4패다. LG가 전혀 삼성에 밀리지 않았다. 힘과 힘 대결에서 팽팽했다. 일시적인 상승세라기보단 팀 자체가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느낌이다.
삼성에 2경기 뒤진 LG는 3위 롯데와 4위 넥센에 1.5경기 앞서있다. 선두권은 확실히 혼전이다. 그런데 넥센은 6월 이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롯데 역시 LG에 비해 내구성과 안정감이 약간 떨어진다. LG도 현재 상승세가 언젠가 한 풀 꺾일 때가 관건이다. 삼성 역시 6월 이후 주춤하고 있다. LG는 현 시점에서 선두 삼성을 가장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팀이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투타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지는 팀이 LG다.
▲ LG 팀 ERA 1위, 마운드 왕국 삼성 자존심 건드렸다
삼성이 가장 거슬리는 게 팀 평균자책점이다. 삼성은 지난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였다. 올 시즌 초반에도 선두였다. 마운드 왕국 삼성으로선 팀 평균자책점 1위는 일종의 자부심이다. 그런데 LG가 5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팀 평균자책점을 팍팍 낮췄다. 현재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3.55로 1위다. 삼성은 최근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3.85로 3위까지 밀려났다.
삼성으로선 다른 팀도 아니고 상승세의 LG에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내준 게 은근히 신경 쓰인다. 실제 현재 LG 마운드 짜임새는 최근 조금씩 삐걱거리는 삼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선발-불펜이 매우 유기적으로 굴러간다. LG 야구의 내실이 튼튼해졌다는 증거다. 삼성이 진짜 긴장을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미묘한 장외신경전, 야구라이벌의 조건은 갖춰졌다
그동안 두 팀은 경기력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장외신경전이 주목을 받았다. 실제 LG는 몇 년 전부터 삼성과 홈 게임을 할 때 자사 전자제품 광고 혹은 그룹 슬로건 플래카드를 관중석에 크게 내걸었다. 그룹 계열사 사원 단체응원은 흔한 일. LG로선 의도가 어찌됐든, 삼성을 자극한 모양새였다.
다만, 삼성이 LG의 이런 행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서 두 팀의 장외신경전은 수면 위로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그러나 2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잠실에 경기 중 찾아와 경기 후 삼성 선수단에 갤럭시 탭을 돌렸을 때 상대팀이 LG였다. 당시 삼성은 LG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에 이 부회장이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LG를 어느 정도는 의식했다는 방증이다.
그러고 보면 삼성과 LG는 선수 거래도 최대한 자제해왔다. 지난 겨울 두 팀이 3대3 트레이드를 한 건 1990년 LG 창단 이후 처음이었다. 요즘은 완화됐지만, 국내야구에선 부메랑효과가 의식돼 트레이드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런 점을 보면 두 팀이 라이벌로 거듭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충분하다. 양팀 트레이드 당사자들간의 친정팀 상대 성적만 잘 살펴봐도 흥미가 배가될 전망이다. 과거엔 경기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라이벌십이 전면 부각되기가 어려웠으나 이젠 아니다.
결국 LG의 선전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 특히 두 팀의 남은 8차례 맞대결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삼성은 21세기 최다 우승팀으로서 강호 DNA를 인정받은 팀이다. 하지만, LG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LG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삼성을 위협하고 향후 몇 년간 호성적을 거둔다면 두 팀이 야구라이벌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구판 내외에서 분위기는 충분히 갖춰졌다.
[삼성-LG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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