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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기자간담회가 최근 경기 고양시 MBC드림센터에서 열렸을 때, 극중 고나리 역의 배우 이영유와 은보미 역의 서신애는 촬영할 때 누가 누구랑 떠들었다느니 안 떠들었다느니 하면서 티격태격해 배우 고현정은 물론 취재진도 모두 웃었던 적이 있다.
'여왕의 교실' 속 배우들은 실제로 나이가 다들 어린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연기가 안방을 눈물로 적시고 있다. 성숙한 연기력 때문이다.
'여왕의 교실'은 고현정이 냉정하고 현실적인 마여진 교사로 분한 작품으로 마여진 교사와 학생들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을 그린 드라마다. 학생들로는 배우 김향기(13), 천보근(11), 김새론(13), 서신애(15), 이영유(15)가 각각 심하나, 오동구, 김서현, 은보미, 고나리 역을 맡았는데 모두 10대인 배우들이지만 이들이 보여준 연기는 매회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4일 방송에선 고나리의 지난 악행이 밝혀져 결국 학교를 떠나 유학을 가게 됐는데, 고나리 때문에 절도 사건의 누명을 쓰고 괴롭힘까지 당했던 심하나가 모든 것을 용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원래 심하나는 어릴 적부터 고나리와 절친이었다. 그래서 심하나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친구 고나리를 위해 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만들었다. 자신을 용서한다는 친구들의 영상을 집에서 본 고나리는 지난 날을 후회하며 소리 내 서럽게 울었다.
이 장면에선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이 감동을 자아냈다. 그리고 고나리를 연기한 이영유의 눈물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앞서 지난 방송에서도 이영유는 교실에 불을 지르겠다는 고나리와 담임 마여진이 대치하는 장면에서 고현정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발휘한 바 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선 전교 1등이자 늘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김서현이 자신의 아버지가 식물인간이란 사실과 어머니와 불화를 겪고 있는 모습을 다른 아이들에게 들켰다. 그러자 그동안 좀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김서현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는데, 김서현의 에피소드에선 역시 김새론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빠 아직 죽지 않았다고!" 소리 치면서 우는 모습, 홀로 병원 한 편에서 울음 소리를 꾹 눌러 참고 가족사진을 보며 큰 눈물방울을 흘리는 모습 등은 김새론이 왜 '명품 아역'으로 불리는지 입증한 장면이었다.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를 심하나에게 목격 당한 은보미는 심하나에게 본심과 다른 독설을 퍼부었고 "너 필요 없어. 그러니까 좀 꺼지라고! 친구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까! 좀 가! 가라고!"라고 울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심하나는 친구 은보미의 뺨을 때렸고, 떨리는 목소리로 "친구해주겠다고 온 거 아니거든! 착한 척 하려고 온 거 아니거든! 친구해 달라고 왔다고…", "너, 나 배신한 거 맞고, 나 괴롭힌 거 맞아. 그런데 나 꼬시지도 않고 샘통도 아니야. 너 안 만만하고 안 우스워! 그냥, 좋아해. 너랑 친구하고 싶어. 너도 나 좋아하잖아. 나랑 친구하고 싶잖아. 그럼 그냥 화해하고 다시 친구하면 안 돼? 너는 뭐가 잘나서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건데!"라고 한 뒤 오열했다.
김향기와 서신애의 대사와 눈물로만 만들어진 이 장면은 고스란히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이끌어낸 감동이었다. 친구의 뺨을 때리고 목소리가 떨리던 심하나는 김향기가 아닌 심하나 그 자체였고, 애써 감추던 심하나를 향한 속마음 때문에 울던 은보미도 서신애가 연기하는 캐릭터라기보다 은보미 그대로였다.
'여왕의 교실'은 지난달 12일 첫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이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그치며 경쟁작인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의 경쟁에서 뒤처졌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의 가치는 결코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어린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기존에 성인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데 그쳤던 것과 달리 '여왕의 교실'은 어린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결국 나이나 인기가 아닌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만들어낼 수 있단 걸 지금 김향기,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이영유 등 어린 배우들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새론은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자신의 바람을 털어놓았는데, 이제 앞으로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아역' 하면 깜찍하고 예쁘고 어른 옆에 나오는 예쁜 아이. 아니면 CF에 나오는 예쁜 아이. 아직 이런 식으로 아역을 생각하시는데 저는 아역도 성인 배우처럼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영유, 김새론, 김향기, 서신애(위 사진부터)-천보근(세 번째 사진 가운데).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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