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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조의석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 왜 이제 뭉친 걸까. 영화 '감시자들'(제작 영화사 집 배급 NEW)은 이런 물음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교에서 선후배 사이로 인연을 맺은 16년지기 절친은 완벽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감시자들'은 영화 '천공의 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리메이크를 뛰어 넘었다"며 호평 일색이다.
'천공의 눈' 리메이크는 김병서 감독으로부터 시작됐다. 그가 추천했고 조의석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며 원작을 강화시키는 한편 원작보다 더 거대한 스케일을 만들어 냈다.
"(김병서 감독) 이전에 다른 작품들을 촬영하며 레퍼런스를 찾다가 원작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원작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 여형사의 성장담이고 전문가의 이야기다. 또 홍콩을 배경으로 밀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간다. 이걸 한국적으로 풀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의석 형이 영화사에서 감시를 당하는 입장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판권 문제로 지연되고 있을 때 형에게 이 작품을 보라고 추천해 줬다."
"(조의석 감독) 원작과 차별성을 가져야 했다.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님이 한국적인 주인공이 땅에 발을 딛는 작품을 하자고 말했다. 그것을 기본으로 각색하며 시의성을 줘야할 것 같았다.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인 공간이 서울이 되니까 범죄 스케일, 캐릭터 등도 커져야 해 고민을 했다. 시의성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저축은행, 회계조작 등으로 밸런스를 맞췄던 것 같다."
김병서 감독과 조의석 감독이 말이 쉽게 들릴진 몰라도 '감시자들'은 어려운 영화다. 초반부터 범죄조직의 리더이자 주시해야 할 대상이 제임스(정우성)라는 것이 알려진 상태고, 감시만 하는 입장인 탓에 경찰과 조직이 몸으로 맞붙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범죄 액션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주인공들은 뛰기보다는 걸어 다닌다. 그래서 '도보 추격극'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조의석 감독) 새로운 리듬이 필요했다. 다른 템포를 보여줘야 했다. 우리 영화는 제임스라는 범죄자를 오픈하고 간다. 서스펜스를 영화 끝까지 끌고 가야 했다. 그래서 스펙트럼과 콘트라스트의 교차가 중요했다. 신 배열, 사건 안에서의 교차 배열, 두 그룹(감시반과 범죄조직)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대비는 촬영 방식에서도 느낄 수 있다. '감시자들'은 김병서 감독과 함께 국내 스테디캠의 1인자로 꼽히는 여경보 감독이 공동 촬영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경보 감독이 스테디캠으로 중력을 벗어난 영상, 김병서 감독이 핸드헬드 촬영방식으로 중력을 가미한 영상을 탄생시켰고, 덕분에 긴장감 있는 스타일리시한 영상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조의석 감독) 자기는 쓰레기 같다고 했지만 영화에 쓰였다. '내가 찍은 거 쓰레기야'라고 하고 가더라. 그런데 확인해봤더니 잘 찍혔더라. 김병서 감독이 기질을 버린 순간이 아닐까. 어느 순간 김병서 감독이 오면서 '형 살아있는 느낌을 봤어!'라고 하더라. 김병서가 찍었다고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작품이 나온 것 같다."
"(김병서 감독) 상황 안에서 샷을 조율해야 한다. 미학적인 설계라기보다는 워낙 교차가 많았고, 그럴 경우 여러 편집점을 만들어 줘야 리듬감이 생기기 때문에 카메라를 조율하는 데 걸린(적응했던) 시간인 것 같다."
두 감독 외에 배우들도 '감시자들'을 잘 빠진 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설경구는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왔고, 정우성은 이름값에 비해 적은 분량임에도 자신의 욕심이 아닌 영화의 완성도를 택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염두에 뒀던 한효주의 경우 자신의 역을 완벽히 소화했으며, 2PM 준호의 경우 첫 영화 촬영임에도 제 몫을 제대로 해냈다. 감시본부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진경은 영화 초반 똑 부러지는 연기를 선보이며 진정한 통제실이 돼줬다.
애초부터 될 영화는 조짐부터 달랐다. 조의석 감독과 김병서 감독의 표현을 따르자면 "마법 같은 순간"들이 이들과 함께했다.
"(김병서 감독) '위험한 관계'를 촬영(김병서 감독은 촬영 감독으로 활동해 왔으며 '감시자들'이 감독 데뷔작이다)하고 있을 때 잠깐 믹싱실을 갔다. 누가 딱 나오는데 양가휘씨였다. '천공의 눈'의 제임스가 눈 앞에 있었다."
"(조의석 감독) 진짜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영화를 찍을 때도 그런 게 많았다. 황반장과 제임스, 하윤주가 처음 타는 전동차의 실제 편성번호를 시나리오에 넣어서 찍었다. 나중에 기지에서 촬영하는데 그 열차가 옆에 서 있더라. 또 영화에서는 실제 자동차 번호판을 못 쓴다. 그래서 미술팀에서 아무번호나 써서 원숭이가 운전하는 택시의 번호판에 붙였다. 그런데 원숭이를 연기한 분이 '센스 있네'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본인 전화번호 뒷자리였다."
촬영현장에서만 '마법 같은 순간'이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인터뷰 중 영화사 집의 송대찬 PD의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바로 옆으로 거짓말처럼 송PD가 지나가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영화를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는 순간까지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조의석 감독) 이번에 6년 만에 영화를 찍고 개봉하게 됐다. 우성 선배도 4년 만의 영화 개봉이다. 모든 배우분들이 너무 잘 해줘서 좋은 작품이 된 것 같다. 전문가 스태프들과 함께 전문가 영화를 찍어서 많은 도움도 받았다. 좋은 평을 받아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얻게 됐다."
[영화 '감시자들'의 김병서 감독과 조의석 감독.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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