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일 잠실, 목동에선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팀이 나란히 패배했다. 이날 삼성 이승엽은 잠실 두산전서 2-9로 뒤진 8회 1사 만루에 두산 이정호를 상대로 통산 353호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은 6-9로 패배. LG 이병규도 목동 넥센전서 1회 좌전안타, 3회 스리런 홈런, 5회 우익선상 2루타, 7회초 좌중간 3루타를 날렸다. 개인통산 첫 사이클링히트. 그러나 LG는 이병규의 맹활약 속에서도 넥센에 10-12로 역전패를 당했다.
▲ 홈런 제조기 이승엽도 통산 만루홈런은 10개
이날 이승엽은 개인통산 353홈런을 기록했다. 6월 20일 인천 SK전서 352호 신기록을 달성한 뒤 첫 홈런. 이런 그도 353홈런 중 만루홈런은 단 10개에 불과하다. 천하의 이승엽도 만루홈런을 뻥뻥 때리는 건 어렵다는 소리다. 일단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설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투수들이 만루 위기에선 초집중하기 마련이라 더더욱 실투가 나올 확률도 떨어진다.
지난해까지 KBO 통산 만루홈런은 단 606개였다. 2009년과 2011년 33개가 양산되는 등 근래 들어 만루홈런이 비교적 예전보단 자주 터지고 있으나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엔 단 5개였다. 투고타저가 극심했던 2006년에도 12개만 나왔다. 팀 한 시즌 최다 만루홈런도 2001년 두산의 9개에 불과했다. 평생 만루홈런 하나 못 치고 은퇴하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 만루홈런보다 더 보기 어려운 사이클링 히트
사이클링히트는 만루홈런보다 더 보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안타를 하루에 4개 치는 게 쉽지 않다. 그것도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골고루 1개 이상씩 기록하는 건 더 어렵다. 발이 빠르면서도 한 방능력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낼 기록이다. KBO 통산 사이클링히트는 단 15차례만 나온 진기록이다. 5일 이병규의 통산 15호 사이클링히트는 두산 이종욱이 2009년 4월 11일 잠실 LG전서 기록한 이후 4년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이병규는 소문난 타격기계다. 그런 그도 나이 불혹이 되고서야 처음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이병규의 사이클링 히트는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 히트다. 만 38세 8개월 10일. 종전에는 2003년 4월 15일 삼성 양준혁(SBS SEPN 해설위원)이 수원 현대전서 만 33세 10개월 19일에 사이클링히트를 날린 게 최고령 기록이었다. 그러나 양준혁 위원은 한국야구 역사상 사이클링히트를 2번이나 기록한 유일한 타자다. 양 위원은 1996년 8월 23일 대구 현대전서 개인 첫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 만루홈런, 사이클링히트 치고도 팀이 패배한다면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가 하루에 동시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 하물며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고도 그 팀이 동시에 패배한 건 더더욱 진귀한 기록이다.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팀은 다득점을 기록할 확률이 높다. 물론 만루홈런을 친 팀이 패배하는 건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팀이 패배한 건 LG가 역대 최초다. 종전의 14차례 모두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팀이 승리했었다.
만루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고도 팀이 지면 해당 선수의 기분은 어떨까. 이승엽과 이병규의 공식 코멘트를 듣진 못했으나 팀이 패배했으니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좋은 기록을 남기고도 팀이 패배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속상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국내정서상 팀 승패가 우선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에 개인의 좋은 기록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야구는 팀 스포츠이면서도 개인 스포츠다. 야구계 속설엔 “팀이 져도 내가 안타 1~2개만 치면 화장실 가서 몰래 웃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개인기록이 엄연히 계량화 돼 시즌 후 수상을 할 수 있고, 이듬해 연봉협상에도 반영된다.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팀과 별개로 개인이 안타 1개, 타점 1개라도 더 올리면 최소한 그날 자기 밥값은 한 것이니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이승엽(위), 이병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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