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모든 승리에는 희생이 뒤따른다. 4점차 이상의 여유 있는 승리가 아닐 경우 불펜 승리조의 소모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로 인한 고비를 넘기는 팀만이 가을 잔치에 참가할 수 있다. LG 트윈스에게는 지금 이 시점이 그런 고비다.
LG는 이번 주말 3연전의 첫 2경기에서 넥센에 연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계속해서 위닝 시리즈를 기록해 나가던 LG는 12번째 3연전 만에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게 됐다. 40승 고지 선착도 두 번이나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사실 LG의 고전은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다. 많은 승리 뒤에는 불펜의 과부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동현은 6월 한 달 동안 14경기에 나서 14⅔이닝을 던졌고, 정현욱도 같은 기간에 11경기에 등판했다. 봉중근도 10경기에서 13⅓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부작용은 서서히 나타났지만, 7월 들어 더욱 급격하게 드러났다. 이동현은 2경기에서 2⅔이닝 4피안타 2실점했고, 페이스가 떨어진 정현욱도 1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1점을 내줬다. 봉중근도 자책점은 없었지만, 최근 들어 안정된 피칭을 보였던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종종 마라톤에 비유되기도 한다. 현재 LG는 42.195km 중 20km 부근 지점에서 막 스퍼트를 마친 마라토너와 같은 상태다. 스퍼트 당시와 같은 페이스로 계속해서 달려 나갈 수는 없다. 올스타 브레이크라는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은 것이다.
마라토너가 계속해서 스퍼트만 할 수 없듯이, 가파른 상승세 뒤에 나타나는 침체기는 필연적인 것이다. 다만 그 침체기의 길고 짧음에 따라 강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나뉠 뿐이다.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연이은 위닝 시리즈 속에서 보여준 LG에게 있어 최근의 위기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찾아온 마지막 난제다.
1차 스퍼트를 위해 최대한의 힘을 짜낸 LG 불펜은 확연히 지친 상태다. 급기야 우천취소로 선발등판의 기회를 잃은 우규민을 2경기 연속 구원등판 시키는 방법도 시험해봤다. 하지만 하루는 불펜이, 하루는 선발이 부진하며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이러한 LG의 2연패를 보는 시각은 2가지로 나뉜다. 우선 한 가지는 우려의 시선이다. 첫 경기에서 필승조가 총 동원되고도 패해 불펜의 힘이 방전된 것이 드러났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남은 경기에서도 타선이 초반 폭발하지 못하면 힘든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2연패도 시즌 중에 경험하는 숱한 패배들 가운데 2번일 뿐이라는 견해다. 당장 7일 경기에서 넥센에 반격을 하게 되면 다시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2연패를 당했지만 선두 삼성과의 격차도 여전히 2게임에 불과하다.
2패만 가지고도 위기론이 대두된다는 것은 그만큼 LG가 파죽지세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도 된다. 그 기세를 만들었던 힘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느냐가 LG의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경기들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7일 경기에 따라 LG는 넥센에 스윕을 당하고 4위로 떨어질 수도, 2위 자리도 돌아올 수도 있다. 단순한 1경기 이상의 중요성을 띤다. 이날 경기는 LG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고비를 넘어 전반기 상위권 성적을 지켜낸 계기로, 실패한다면 급격한 추락의 시작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
[6일 경기에서 패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는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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