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밤 12시가 통금 시간이에요.”
삼성 김상수의 거포 본능이 불을 뿜고 있다. 김상수는 5~6일 잠실 두산전서 연이틀 홈런을 뽑아냈다. 시즌 6~7호.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치는 건 국내 정상급 거포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김상수는 최근 7경기서 5홈런을 날렸다. 6월 28일 대구 KIA전 2홈런을 시작으로 30일 대구 KIA전 1홈런, 그리고 지난 5~6일 잠실 두산전 1홈런이다. 최근 페이스만 보면 영락없는 거포다.
김상수는 2009년 프로에 데뷔했다. 2010년까지 2년간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지난해와 2011년에도 고작 2홈런.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4개였으나 올 시즌엔 벌써 7개. 1987년부터 1999년까지 활약한 삼성 류중일 감독도 통산 홈런은 45개였다. 한 시즌 최다홈런은 1993년의 8개. 김상수의 주변에서 “감독님 홈런 개수 뛰어넘겠네”라는 말이 들린다. 류 감독과 김상수가 사제의 연과 함께 삼성 유격수 계보를 잇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격도 비교가 된다.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김상수와 잠깐 얘기를 나눴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김상수. 그러나 예전에 비해 확실히 모든 것에 여유가 생긴 듯하다. 이제 프로 5년차. 그는 “첫해엔 뭣도 모르고 했다”라고 웃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프로에서 주전 유격수로 살아가는 요령이 생긴 듯하다. 홈런은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김상수는 “예전엔 수비할 때 슬라이딩을 참 많이 했다. 선배님들이 ‘그렇게 항상 몸 날리면 결국 나중에 다친다. 쌓이고 쌓여 큰 부상의 원인이 된다’라고 하시더라. 체력 소모도 크다. 지금은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만 몸을 날린다”라고 했다. 한 시즌을 끌고 가는 요령을 터득했다는 의미. 김상수는 몸 관리를 잘 하고 있다. 첫해 A형 간염에 걸렸던 것 외엔 장기결장이 없다. “아직 야구하면서 크게 다친 적이 없다. 뼈 부러진 적도 없다”라고 했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홈런 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절대 이렇게 홈런이 자주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루상에 살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바깥쪽 공략을 시도하다 몸쪽을 칠 순 있지만, 몸쪽을 의식하다가 바깥쪽 공략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수의 올 시즌 홈런 대부분은 몸쪽으로 들어오다 약간 가운데로 몰린 코스.
다시 말하자면, 홈런 중에선 바깥쪽 공략을 노리다 순간적인 대처로 몸쪽 공에 대처했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홈런을 노린 게 아니라는 설명. 타격에서도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는 것. 그러고 보니 올 시즌 타율도 0.294다. 4월엔 0.193으로 바닥을 기었으나 5월 0.358, 6월 0.324에 이어 7월 4경기서도 13타수 5안타 2홈런 타율 0.385다. 5월 이후 계속 월간 3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상수가 올 시즌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는 증거다. 그 연장선상에서 홈런도 더 자주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 기세라면 데뷔 첫 3할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나아가 유격수 골든글러브 도전도 꿈이 아니다. 물론 한, 두 차례 고비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김상수가 꾸준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숨은 이유가 또 있다. “지난해까지 구단 숙소에 있었다. 올해는 감독님이 물어보길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라고 했다. 현재 김상수는 대구 홈 경기 때 자택에서 출퇴근한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집에서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신다. 밤 12시가 통금(통행금지) 시간이다”라고 웃었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잘 챙겨먹으니 심리적, 체력적으로도 안정된다는 게 김상수의 설명. 이유 없는 몰아치기는 없다. 김상수의 기량이 프로 5년차를 맞아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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