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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누군가는 키만 크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키는 배구에서 더없이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멕시코 멕시칼리에서 열리는 2013 세계유스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19세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센터 박차수(현일고)는 확실한 자산을 갖춘 선수다.
박차수는 키 204㎝를 자랑하는 장신이다. 국내 고등학교 선수 가운데서는 가장 크다. 박차수는 경북 구미의 광평중학교 1학년 시절 이미 183㎝까지 자랐다. 그의 큰 키를 눈여겨본 지역 중학교 농구부와 배구부는 박차수 스카우트에 나섰다.
당시까지만 해도 학업 성적이 우수해 운동을 생각하지 않았던 박차수는 이들의 끊임 없는 구애에 결국 배구를 하기로 했다. 박차수는 "계속해서 설득하자 나를 알아봐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두 종목 가운데 몸싸움이 없는 배구가 나와 맞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배구와 인연을 맺은 계기를 설명했다.
2학년 들어 190㎝를 넘어선 박차수는 배구부가 있는 현일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남들보다 뒤늦게 배구를 시작한 박차수는 기초를 쌓고자 1년을 유급, 중학교 3학년만 두 해를 보내야 했다. 그제야 남들과 보조를 맞춘 박차수는 지난해 아시아유스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올해로 2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에 나섰으나 이번 대회 초반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대회 조별 예선과 16강전까지 모두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박차수는 블로킹으로 단 3점만을 뽑아 센터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차수는 중요한 때 '큰일'을 해냈다. 대표팀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8강 진출이 좌절되고 맞은 터키와의 9∼16위 순위결정전 첫 경기에서 박차수의 블로킹이 터졌다.
그동안 그저 큰 선수로 밖에 자신을 인식시키지 못하던 박차수는 지난 6일(한국시간) 열린 터키전에서 블로킹 4득점, 고비마다 흐름을 되찾아오며 국가대표로서의 자질을 증명했다. 박차수는 "같은 포지션에 같은 방을 쓰는 박상준(속초고)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구력 차이가 엄청나다"며 "상준이를 보면서 불안했고, 범실을 저지를까 봐 두렵기도 했다"고 대회 초반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블로킹에 성공할 때면 흔히 말하는 손맛을 느낀다"며 "특히 상대의 강공을 막아냈을 때는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늦깎이 배구 인생을 사는 박차수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키를 살린다는 목표를 확실히 세웠다.
아직도 조금씩 키가 큰다는 그는 "나를 두고 '내가 너 정도 컸으면 승승장구했을 것'이라고 남들이 비웃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다"며 "앞으로 근력과 스피드를 보완해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라고 강한 다짐을 전했다.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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