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신자 수비에 대한 해법이 있을까.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10일(한국시각) 이란에 패배했다. 윌리엄존스컵 4연승 후 첫 패배. 패배보다 더 뼈 아픈 건 상대 장신자에 대한 수비. 한국은 이날 이란 특급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를 옳게 막지 못했다. 무려 34점 15리바운드를 헌납했다. 한국은 이 경기를 통해 8월 아시아선수권서 골밑 수비, 특히 상대 장신 에이스 수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국은 국제무대서 늘 신장이 아쉬웠다. 베테랑 김주성에게 대표팀 골밑을 맡긴 것도, 이승준을 문태영과 귀화혼혈선수 엔트리 경쟁을 시키는 것도 높이 콤플렉스 해소를 위해서다. 김종규, 이종현 등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빅맨들에게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 리바운드 열세에 대한 아쉬움
누누이 강조한 점. 존스컵은 성적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4연승하는 과정 속에서도 높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집트전서도 37-40, 대만B전서도 42-43, 미국전서도 33-39, 레바논전서도 31-46 등 단 한번도 리바운드 싸움에서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이란전서는 하다디에게 15리바운드를 내줬음에도 34-34로 대등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물론 리바운드 열세가 모두 패배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걸 한국이 입증했다. 또 유재학 감독은 이번 대회서 전력노출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기존에 준비한 하프 코트 프레스 및 풀코트 프레스, 존 프레스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1대1 수비와 지역방어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하다디 같은 특정 선수에게 많은 리바운드를 빼앗기는 건 문제가 있다. 골밑을 완전히 내줬다는 의미다.
확실히 대표팀의 골밑에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 이승준은 기본적으로 골밑 공격에 대한 투쟁심에 비해 리바운드 사수 의지가 약하다. 김주성은 예전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져 루즈볼 사수능력이 떨어졌다. 최부경은 국제무대에선 200cm라는 신장이 애매하다. 김종규는 탄력은 좋은데 몸싸움이나 위치선정 등 세부적인 테크닉을 보완해야 한다. 그나마 윤호영이 6리바운드를 보탠 게 반가운 점. 결국 206cm의 이종현이 아시아선수권서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종현도 자신보다 더 높은 상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 관건은 조직적인 골밑 수비
이란의 주전센터 하다디는 역시 아시아 최고센터다웠다. 높이와 힘, 운동능력을 고루 갖췄다. NBA 피닉스 선즈에서 백업센터로 뛰는 그는 아시아 무대에선 적수가 없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이 이란을 껄끄러워하는 것도 하다디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 역시 하다디 수비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높이가 좋은 팀을 상대로 은근히 고전했다. 시즌 중반 로드 벤슨을 영입해 높이를 보강하면서 SK를 잡고 우승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당시 리바운드 능력을 갖춘데다 득점력이 좋은 에런 헤인즈를 상대로 챔피언결정전서 전혀 다른 수비를 들고 나왔다. 중거리슛을 좋아하는 45도 지점에선 철저히 달라붙고, 베이스라인을 내준 뒤 골밑을 파고 들 때 도움 수비수가 절묘하게 마크를 돕는 방식으로 수비했다. 헤인즈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했기 때문에 맞춤형 수비 전술도 주효했다.
아시아선수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10cm를 넘는 장신자가 없다. 하지만, 하다디는 218cm이면서도 득점력도 좋다. 또 이란은 최근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워싱턴에 입단한 201cm의 아살란 카제미도 아시아선수권서 합류시킬 수 있다. 레바논도 아시아선수권서는 218cm의 귀화선수 로렌 우즈를 출전시킬 전망이다. 대만에도 206cm의 퀸시 데이비스가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마지막 날 데이비스를 만난다. 철저히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선수들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 농구는 결국 높이싸움이다.
결국 조직적인 수비가 관건이다. 1대1로는 하다디와 같은 괴물센터를 막기가 힘들다. 국내에서 가장 높이가 좋은 이종현과 김종규, 김주성, 이승준 등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수비를 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만수’ 유 감독이 그냥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 유 감독이 아시아선수권을 대비해 장신자 수비에 대해서 어떤 대안, 어떤 비책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종규-이종현(위), 이승준-윤호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