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은 확실히 야구판에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LA 다저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전반기가 끝났다. 11일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매번 잘 던질 순 없는 일. 7승 3패 평균자책점 3.09. 너무나도 훌륭한 성적표다. 류현진은 다저스 입단 후 지난 7개월간 본인의 가치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야구에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켰다. 과거 박찬호의 전성기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다.
▲ 국내야구, 참고하는 리그 아닌 체크해야 하는 리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국내야구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들은 이제 한국야구의 시시콜콜한 정보까지 잘 안다. 최근 한 야구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리그 하향평준화 우려의 목소리도 체크하고 있더라”고 했다. 단순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선전으로 한국야구를 반짝 관심을 기울이는 리그로 치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류현진이란 괴물을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관찰하면서 한국야구를 더 깊게 파고들게 됐다. 류현진이 빅리그 첫해 성공적인 행보를 하자 또 다른 류현진이 없는지에 대한 의문도 던졌다. 오승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후문.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한국리그는 이제 참고하는 리그가 아니라 체크해야 하는 리그가 됐다”라고 했다.
과거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선구자로 태평양을 건넜던 때와는 다르다. 15년 전 전성기를 누리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한국야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면, 류현진은 그들에게 한국야구를 좀 더 구체적이고 파헤쳐야 하는 리그로 격상시켰다. 이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다양한 방식으로 두드릴 수많은 한국 선수들. 그리고 세계야구 중심의 한 축으로 성장해야 하는 한국야구가 나아갈 길을 찾는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빅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사례를 남기면서 ‘한국 최고선수도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명제를 입증시켰다.
▲ 다저스는 국민구단? 팬들 한미야구 균형 유지하고 있다
과거 박찬호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신세계를 제공했다. 팬들은 말로만 듣던 다저스타디움에서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직접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봤다. 개리 쉐필드, 숀 그린, 라울 몬데시 등은 국내야구 스타만큼이나 친숙한 선수가 됐다. 다저스는 그야말로 국민구단이었다. IMF 시절 서민들은 박찬호와 다저스의 승패를 안줏거리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박찬호 선발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과는 달리 AFKN, 경인방송을 통해서만 박찬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을 겪은 사람 대부분은 오전에 학교와 직장에서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몰래 TV를 틀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박찬호 선발경기 중계에 대한 관심은 저녁 9시뉴스만큼 높았다. 생중계를 못보면 저녁 스포츠뉴스 자료화면을 통해서 결과만 알 수 있었던 시절이다. 자연스럽게 국내야구는 찬밥 신세가 됐다. 실제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날아다니던 때 국내야구 관중은 하락세였다.
박찬호가 2002년 텍사스로 떠난 뒤 한국 야구 팬들에게 다저스는 서서히 잊혔다. 12년 뒤. 2013년 LA 다저스는 다시 한번 국민구단이 됐다. 다수의 미디어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에 대한 관심은 과거 박찬호 선발게임만큼 관심이 높다고 한다. 올 시즌 류현진 선발게임을 생중계하는 MBC와 MBC 스포츠 플러스는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는 후문.
박찬호 시절과 마찬가지로 오전 류현진 선발등판 생중계에 사활을 거는 야구 팬은 여전히 많다. 그런가 하면 DMB와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류현진 중계를 접하는 사람도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강산이 변했기 때문. 박찬호 시절엔 없었던 온라인상의 관심도 높아졌다. 류현진 선발 등판 날엔 하루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류현진 중계, 류현진 방어율 등이 랭크된다. 야시엘 푸이그는 게리 쉐필드만큼 친숙한 타자가 됐다. 로널드 벨리사리오는 애증의 존재가 됐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류현진에 대한 높은 관심이 국내야구 인기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국내리그 수준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임에도 최근 몇 년간 국내야구는 고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했다. 15년 전과는 산업규모와 질이 업그레이드가 됐다. 어지간한 외풍엔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확고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야구 고정적 지지층들 대부분은 국내야구와 류현진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쏟는다. 어차피 경기시간도 겹치지 않는다. 한 야구관계자는 “류현진 등판일에 국내야구 TV 시청률, 관중동원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 박찬호 키즈와 류현진 키즈의 행보는
박찬호는 1994년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코리안특급이 됐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수많은 유망주들이 국내리그 입단을 마다하고 고생길을 택했다. 그 중에선 성공한 선수도,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도전이 현재진행형인 유망주도 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선수도 있다. 박찬호가 닦아놓은 길은 박찬호의 영광과 시련을 바라보고 야구를 시작한 이들에게 야구인생의 방향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이정표가 됐다.
류현진을 보고 야구에 입문한 류현진 키즈도 많다. 그들은 류현진을 보고 고교에서 곧바로 태평양을 건너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앞으로도 류현진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선택을 할 것이다. 중요한 건 그들의 성공과 실패가 모여 한국야구의 내공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야구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박찬호가 과거에 던졌던 공, 류현진이 지금 던지고 있는 공 모두 단순한 1구가 아니다. 박찬호와 류현진은 같으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한국야구 패러다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찬호와 류현진(위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박찬호(위에서 세번째), 류현진(마지막).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gettyimages/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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