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성준이 배우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모델 출신다운 우월한 기럭지에 잘생긴 외모는 기본. 여기에 우울과 몽환적인 느낌까지 더했다.
성준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 '명왕성'에서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는 뛰어난 두뇌와 동료 친구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명문고 내 비밀 스터디 그룹의 리더 유진 테일러 역을 맡았다.
침잠한 듯한 유진 테일러는 성준에게 딱 들어맞는 옷이다. 그 스스로는 '명왕성'에 대해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재미있게 나왔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성준이라는 배우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성준은 "시놉시스를 봤을 때 되게 어려웠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게 뭐지? 어떤 거지?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유진 테일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방법들을 쓰게 되며 점점 재미있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처음 한 것이 불안감을 갖는 일이었다. 충격에서 오는 불안함을 갖고 싶었다. 머리에 충격을 주기 위해 잔인한 영상을 보거나 몽환적인 음악을 들었다. 확실히 많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덕분에 좋은 에너지가 나온 것 같다. 완성본을 보고 나니 영화다운 영화 연기를 한 것 같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영화다운 영화 연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연기를 하는 데는 본인 스스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 역시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같은 입시지옥에서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
성준은 "고등학생 시절 아웃사이더였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입시지옥을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치열하게 겪었던 사람이다. 수능의 압박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영화에서 다가왔던 점이 많았다. 오히려 수능 공부를 안 했으면 못 느꼈을 텐데, 열심히 하는 사람들 틈에서 도태될 수 없어 더 열심히 했던 것이 잘 느껴지더라"라고 설명했다.
이런 그는 극 중 야구방망이를 든 채로 대사를 하는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다. 직접 연기한 자신이 봐도 유진 테일러라는 인물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 사실 성준의 친구들 또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무섭고 사이코 같다"는 소감을 전했을 정도다.
성준은 "야구 방망이를 가져오면서 이야기하는 신이 있는데 내가 봐도 무서워서 쫄았다"고 너스레를 떨며 "되게 미친놈처럼 말을 하더라"라고 회상했다.
연기를 한 자신마저 한 사람의 관객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유진 테일러에 완벽하게 빙의, 배우로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연 성준은 아직도 연기를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지난 2001년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통해 데뷔한 후 약 2년 반 만에 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질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는 연기에 대해 배가 고픈 배우다.
성준은 "빨리 정비를 잘 해 좋은 에너지를 갖고 싶다"며 "항상 최근 작품이 가장 나앗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시 재정비를 하고, 최근 작품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성준이 출연한 영화 '명왕성'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초특급 사립고에 존재하는 상위 1% 비밀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평범한 소년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차 괴물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첫 데뷔작 '레인보우'와 단편영화 '순환선'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이 10여 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성준 외 이다윗, 김꽃비, 김권, 조성하 등이 출연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배우 성준.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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