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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999년 판 MBC 드라마 '허준'의 수많은 시청자가 기억하는 전설적인 명대사가 안방극장에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그 느낌은 달랐다.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서는 2주 방송분에 걸쳐 공빈(장지은)의 동생 병조(이찬)가 걸린 구안와사를 치료하는 허준(김주혁)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구안와사 에피소드는 유도지(남궁민)가 안면마비증상으로 입과 눈이 한쪽으로 틀어진 병조를 치료하기 위해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이후 새롭게 담당 의원으로 임명된 허준이 병의 근원은 스승인 유의태(백윤식)가 세상을 떠난 원인이 됐던 반위(위암)임을 알아차리고 치료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다.
이는 환자의 생명을 중시하는 인의의 길을 걷던 허준이 어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에피소드로 1999년 판 ‘허준’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훗날 광해군의 어머니가 되는 공빈과 허준의 인연, 기대와 우려가 섞인 태도로 허준에게 치료를 명하는 선조, 치료가 실패했다 여겨지는 상황에서 작두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자신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했다 고백하는 장면까지 온갖 명장면이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를 2013년 판을 연기하는 김주혁은 자신만의 것으로 재탄생 시키는 데 성공했다.
구안와사 에피소드의 막바지 이야기를 다룬 지난 9일 방송분에서 반위(위암)를 치료할 수 있다 말하는 자신을 비웃는 양예수(최종환)를 향해 허준은 "사람의 위는 목구멍으로부터 한자 여섯 치를 내려가면 심창골과 배꼽 중간에 각 네치에 뻗쳐 있으며 위의 길이는 한자 여섯치며 꾸불꾸불한 것을 모두 펼치면 두자 여섯치이며 크기는 한 자 다섯 치다"라며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인체 내부의 모습을 설명했다.
이어 허준은 자신이 스승인 유의태(백윤식)의 뜻에 따라 스승의 몸을 해부했다고 눈물과 함께 고백했다. 이 순간 병조(이찬)의 병이 다 나았다는 전갈이 도착했고, 허준은 스승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오열했다.
해당 장면에서 자신이 연기해 온 허준 캐릭터의 모습처럼 최대한 담담하게 고백을 이어가던 김주혁은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을 털어놓는 순간 폭발했다.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는 순간부터 가슴 속에 묵혀놨던 죄스러움과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실패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치료 성공의 소식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안도감이 버무려진 김주혁의 오열은 중후반부에 들어선 ‘구암 허준’의 하이라이트였다.
구안와사 에피소드처럼 '구암 허준'은 1999년 '허준'의 감동적인 장면들을 재현하며 차근차근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런 재탄생의 과정에 새로운 색깔을 더하고 있는 것은 김주혁을 비롯한 배우들의 힘이다.
[배우 김주혁.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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