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레다메스 리즈(LG 트윈스)와 앤서니 르루(KIA 타이거즈)는 얼핏 보면 우완투수라는 점 외엔 닮은 점을 찾기 힘들다. 리즈는 도미니카 출신의 흑인 투수고, 앤서니는 미국에서 온 백인이다. 둘은 투구 스타일에 있어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첫 해에 선발로 적응하며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2011년 리즈는 11승 13패로 자신의 첫 시즌을 마쳤고, 지난해 한국에 온 앤서니는 때로 불펜 대기를 하기도 했지만 시즌의 대부분을 선발로 뛰며 11승 13패 1세이브로 시즌을 마감했다. 공교롭게 둘은 첫 시즌 승패가 똑같다.
마무리 전환 이후 고전한 것도 같다. 리즈는 지난 시즌 '16연속 볼'의 기억을 남기며 5세이브를 끝으로 다시 선발 전환을 위해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마무리 보직의 압박감을 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실패 원인이었다.
앤서니도 마찬가지였다. KIA 선동열 감독은 종종 "배짱이 없다"며 앤서니의 마무리 기용에 대해 거듭 고민했지만 결국 앤서니의 빠른 적응력과 함께 빼어난 구위, 수비능력, 신속한 슬라이드 스텝 등을 믿고 마무리를 맡겼다. 하지만 앤서니는 이번 시즌 3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뒤 다시 선발로 등판하기 위해 지금 퓨처스리그에 있다.
둘의 마무리 실패의 중심에 놓인 경기도 흥미를 끈다. 리즈는 KIA전 홈경기에서, 앤서니는 LG와의 홈경기에서 각각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리즈는 지난해 4월 13일 잠실 KIA전에서 연장 11회 등판해 연속으로 16개의 볼을 던져 4명의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는 악몽같은 피칭을 한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앤서니도 지난 6월 2일 광주 LG전에서 상대 타선의 뒷심을 견디지 못하고 1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문선재가 포수 마스크를 쓰며 승리를 지켜낸 LG 입장에선 좋은 추억이지만 앤서니에게는 최악의 경기였다. 4월과 5월 각각 2.84, 2.45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던 앤서니는 이 경기를 포함 6월 8.44의 평균자책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선발로 전환하기 위해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앤서니는 아직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주말 벽제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찰청과의 3연전 중 1경기에 선발로 나설 계획이었으나, 3경기 모두 우천 취소되며 앤서니의 등판은 미뤄지고 있다.
시즌 중에 보직을 바꾸는 것은 선수에게 썩 좋은 일만은 아니다. 앤서니는 팀 사정에 따라 캠프 때부터 마무리에 적응하기 위해 애썼음에도 마무리로 성공하지 못해 시즌 중에 다시 선발로 돌아오게 됐다. 지난해 보직 변경이 비교적 일찍 결정됐음에도 5승에 그친 리즈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재적응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리즈처럼 앤서니 역시 선발로 잘 던졌던 경험이 있는 투수다. 리즈는 지난해 8월 32⅓이닝 평균자책점 2.23, 9월 34⅓이닝 평균자책점 1.83으로 뒤로 갈수록 좋아졌다. 마무리의 중압감이 컸던 만큼 감정이 홀가분해지자 투구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생겼다. 앤서니에게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IA는 앤서니가 리즈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겠지만 우려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이제 앤서니를 보는 KIA의 기대도 변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리즈처럼 선발로 부활해주기를 원한다. 앤서니가 리즈처럼 다시 선발로 호투하며 팀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어준다면 전혀 닮지 않은 듯 보이는 이 두 투수 사이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기게 된다.
[레다메스 리즈(왼쪽)-앤서니 르루.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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