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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제2의 000'이라는 수식어가 영광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000이라는 기존의 배우 이미지에 묶이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지닌 '나 자신'이 되길 원하는 배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배우 김권도 자신의 색을 갖길 원하는 배우다. '제2의 000'이라는 수식어가 고맙긴 해도 자신만의 색을 갖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역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녹여내길 소망하는 똑똑한 배우이기도 하다.
김권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 '명왕성'에서 자신의 바람을 이뤄냈다. 이번 작품에서 김권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만년 성적 2등 명호 역을 맡았다. 비밀 스터디 그룹 멤버로, 부유한 집안에서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지녔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이길 수 없는 유진 테일러(성준)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이에 그를 이기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 없는 친구를 잔인하게 이용하는 '나쁜 놈'이 되고 만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게 김권만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가 가진 색이기도 하다. 정말 악한 악인이라기보다 너무 순진해서, 그것밖에 방법을 몰라 악인이 되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만들어낼 줄 아는 걸출한 신예의 등장이다.
"'명왕성' 오디션을 보기 전 출연한 작품이 KBS 2TV 드라마 '소녀탐정 박해솔'이다. 소시오패스(타인의 아픔이나 감정에 공감할 수 없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역을 맡았는데 전형적인 나쁜 놈이었다. '명왕성' 때보다 드라마적으로 더 표현을 많이 해야 했는데, 신수원 감독님이 그런 틀에 짜인 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런 연기는 추구하지 않는다. 일상 생활과 비슷한 연기를 좋아한다. 그때 상황과 극적인 분위기가 있으니 맞춰 연기해야 했다. 오디션 당시 신수원 감독님이 틀에 짜이지 않은 연기를 주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였다.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 주문에 따라 쉽게 연기가 바뀌고 때 묻지 않아 좋아하신 것 같다."
김권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신수원 감독도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김권의 장점으로 연기 습득력이 빠르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 김권은 감독이 원하는 바를 즉각 연기에 반영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어 나갔고, 결국 오디션을 통해 명호 역을 얻었다.
"너무 단편적으로 그리지 않았나 싶다. 아직은 유연성 같은 것이 부족하다. 그래도 지금은 (약 1년 전의) '명왕성' 촬영 때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명왕성' 촬영 당시에는 한쪽 면만 보고 다른 쪽 면을 못 봤다. 주황색이라고 해서 주황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빨간색과 노란색을 합쳐 주황색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명호도 그렇게 봤어야 하는데 단편스럽지 않았나 싶어 아쉽기도 하다."
연기 인생을 전체를 통틀어 놓고 볼 때 아직 어린 김권(24)이지만 연기에 대한 생각의 깊이는 십수년 연기를 한 배우 못지않다. 이런 그는 리버 피닉스를 보며 자신만의 고유한 배우가 되자는 꿈을 키워 나갔다.
"처음에 연기에 대한 꿈을 가졌을 때 리버 피닉스를 보고 목표를 세웠다. 색도 강하고 작품 안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는 옛날 영화인데도 세련되고 연기도 잘한다. 그런 리버 피닉스를 보고 뚜렷한 색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잘생기고 멋지고 연기도 잘 하는 배우가 많지만 정말 저 사람만의 냄새가 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내 색이 뚜렷해 메이커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저 작품의 저 인물을 김권이라는 배우가 연기할 때 설레고 관객들이 찾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이미 자신만의 색을 가진 배우 김권이 출연한 '명왕성'은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초특급 사립고에 존재하는 상위 1% 비밀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평범한 소년이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점차 괴물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권 외 이다윗, 성준, 김꽃비, 조성하 등이 출연했다.
[배우 김권.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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