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외 고수들이 온다.
개인타이틀 경쟁. 타격 부문 장외 고수들이 제도권 진입을 노린다. 시즌 초반 부진 혹은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후반기에 경기 출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규정타석을 채울 전망이다.
규정타석은 ‘경기수X3.1’이다. 예를 들어 22일 현재 타격 1위 최정(0.335)의 소속팀 SK의 규정타석은 220.1타석이다. 최정은 303타석으로 규정타석을 일찌감치 채웠다. 보통 주전으로 꼬박꼬박 3~4타석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규정타석을 채운다. 그런데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으로 장기간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복귀하는 선수가 있다. 자연스럽게 경기와 타석수가 적은 장외 타격 강자가 생기기 마련. 하지만, 극단적으로 볼 때 단 1경기에 출전해 4타수 3안타 타율 0.750을 기록한 선수에게 최정 대신 타격 1위 자리를 줄 순 없다. 형평성의 문제다.
▲ 이병규, 이진영, 채태인, 신종길… 장외 고수들은 후반기를 기다린다
현재 장외 타격고수는 누구일까. 대표적인 선수가 LG 이병규다. 이병규는 올 시즌 182타석 169타수 66안타 타율 0.391이다. 이병규는 아직 타격 순위표에 없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5월에 팀에 합류했기 때문. 76경기를 치른 LG의 규정타석은 235.6타석. 이병규는 약 53타석이 부족하다. 올 시즌 128경기 규정타석은 396.8타석. 이병규가 잔여 52경기서 4타석씩을 채우면 390타석이다. 결국 5타석 이상 꾸준히 나서야 시즌 막판 제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다.
LG 이진영은 197타석 172타수 58안타 타율 0.337이다. LG 규정타석에 약 38타석 부족하다. 5월 4일 잠실 두산전서 왼쪽 무릎 부상을 입은 뒤 사실상 5월을 통째로 날렸다. 이병규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규정타석 진입은 힘들다. 그러나 앞으로 약 45경기서 꾸준히 4~5타석을 채울 경우 시즌 막판 제도권 진입이 가능하다. 그럴 경우 이진영의 377타석은 LG가 45경기를 더 치른 뒤 규정타석인 375.1타석을 뛰어넘는다. 이병규와 이진영은 시즌 막판까지 좋은 타격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KIA 신종길은 170타석 146타수 51안타 타율 0.349다. 70경기를 치른 KIA의 규정타석은 217타석. 규정타석에 약 41타석 부족한 상황. 이병규, 이진영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제도권 진입은 힘들다. 그러나 향후 50경기서 꾸준히 4~5타석을 채울 경우 약 370타석이 된다. 이럴 경우 120경기 규정타석인 372경기와 얼추 비슷해질 전망. 신종길 역시 향후 50경기서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시즌 막판 제도권 진입 및 타율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제도권 진입이 임박한 선수는 삼성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올 시즌 217타석 193타수 69안타 타율 0.358이다. 5월 말 허벅지 통증으로 한 차례 1군에서 말소되면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73경기를 치른 삼성의 규정타석은 226.3타석. 채태인은 약 9타석이 부족하다. 채태인의 규정타석 진입은 시간문제다. 향후 10경기서 4타석씩 채울 경우 257타석이다. 삼성이 83경기를 치르면 규정타석은 257.3타석. 결국 채태인으로선 이 페이스로 10~11경기를 더 치르면 타격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역대 치열한 타격왕 싸움, 이런 일도…
현재 타격 10걸을 살펴보면 매우 간극이 촘촘하다. 0.335의 선두 최정을 비롯해 2위 손아섭(롯데)이 0.329다. 최정과 손아섭은 단 6리 차이. 손아섭을 시작으로 7위 김선빈(KIA, 0.320)까지 무려 7명이 3할2푼대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선두 도약이 가능하다. 지난해 타격왕 한화 김태균(0.363)의 경우 2위 강정호(넥센)와 무려 4푼7리 차이가 났다. 2010년과 2011년 타격왕 이대호(0.363,0.357)도 2위 홍성흔(당시 롯데)에게 1푼4리, 최형우(삼성)에게 1푼7리 앞서며 여유있게 타격왕을 차지했다. 그에 비하면 올 시즌 타격왕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치열한 타격왕 경쟁이 시즌 막판까지 지속될 경우 예전과 같이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2009년 박용택과 홍성흔이 시즌 막판까지 1~2리 차이로 치열하게 타격왕 경쟁을 벌였다. 당시 LG 김재박 감독이 박용택에게 타격왕을 밀어주기 위해 타율 관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대타로 교체를 하기도 했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1984년엔 이만수(삼성)가 0.340으로 홍문종(롯데)의 0.339를 간신히 제쳤다. 당시 시즌 막판 맞대결서 이만수가 결장하고 홍문종이 9연타석 고의4구를 얻기도 했다. 1989년엔 고원부(빙그레)가 0.327로 강기웅(삼성)의 0.322를 제쳤다. 고원부는 시즌 최종전 도중 교체됐다. 그런데 당시 빙그레 김영덕 감독이 덕아웃에서 수시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장면을 선보이면서 ‘계산기 타격왕’이란 말도 나왔다.
타격왕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즌은 1990년이었다. 한대화(해태)와 이강돈(빙그레)이 할푼리가 아닌 모에서 승부를 갈랐다. 시즌 최종전까지 가는 대접전. 0.3349의 한대화가 0.3348의 이강돈을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병규(위), 채태인(가운데), 이진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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