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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류현진은 더 이상 불운한 투수가 아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후반기 첫 등판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서 5⅓이닝 9피안타 3탈삼진 2볼넷 4실점하며 8승째를 챙겼다. 류현진은 11일 애리조나전 이후 12일만에 등판했다. 공에 힘은 있었지만, 컨트롤의 예리함은 약간 떨어졌다. 그럼에도 승리투수가 된 건 역시 타선 지원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만해도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5월 29일 LA 에인절스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따낸 뒤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나 1패에 그쳤다. 당시 LA 다저스 타선은 주축 타자들의 부진 및 부상으로 100% 전력이 아니었다. 야시엘 푸이그를 비롯한 몇몇 선수가 힘겹게 공격을 이끌었던 시기. 심지어 류현진이 강판한 뒤 뒤늦게 타선이 터지면서 구원투수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류현진은 이 시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5월 23일 밀워키전부터 7월 6일 샌프란시스코전까지 8경기 연속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6일 경기서 결국 8승에 성공하며 ‘하면 된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LA 다저스도 7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전반기에 5할 승률을 맞췄고, 이날 전까지 25경기서 20승 5패의 초상승세다. 푸이그 열풍이 잠잠해졌지만, 부상자들이 복귀하면서 라미레즈를 중심으로 팀 타선이 대폭발하고 있다. 이날 LA 다저스는 무려 16안타 14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다 득점.
류현진도 최근 LA 다저스 타선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8승을 달성한 6일 샌프란시스코전서 LA 다저스 타선은 무려 10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1일 애리조나전서는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오히려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후반기 첫 등판인 이날 경기. 직전 워싱턴과의 후반기 원정 3연전서 잠시 주춤하던 방망이가 다시 터지면서 좋은 흐름을 탔다.
LA 다저스 타선은 일찌감치 류현진을 돕기 시작했다. 맷 캠프가 22일 워싱턴전서 주루 도중 발목을 삐끗해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으나 큰 문제가 없었다.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A.J. 엘리스는 2회 선제 투런포를 날렸다. 엘리스는 이날 4안타 5타점이란 폭풍 활약을 펼쳤다. 톱타자 칼 크로포드도 3안타 2타점. 4번 헨리 라미레즈, 지명타자 안드레 이디어, 스킵 슈마커, 마크 엘리스가 나란히 2안타를 날렸다. 특히 슈마커는 시즌 마수걸이 스리런포로 3타점을 기록했다.
토론토 선발투수 조시 존슨은 3회에 강판됐다. 경기초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진 것. 류현진으로선 점수 차가 벌어질 경우 좀 더 여유있는 승부를 할 수 있다. 실제 토론토 타선은 장타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날 클린업트리오로 선발출전한 바티스타, 엔카나시온, 린드는 올 시즌 59개의 홈런 합작했다. 한 방을 조심해야 할 상황. 하지만, 점수 차가 여유가 있다면 한결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류현진은 실제로 경기 초반 힘 있는 직구를 아끼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꺼내 들었다. 그러다 변화구가 커트가 되자 경기 중반엔 직구 비율을 높였다. 여기서 직구도, 변화구도 토론토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면서 9피안타 4실점을 했다. 승부가 좀 더 타이트한 상황이었다면 대량 실점도 예상할 수 있었다. LA 다저스 타선이 4회까지 6점을 뽑았음에도 류현진이 6회를 마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분명 류현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반기 막판 류현진과 LA 다저스 타선의 궁합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궁합이 잘 맞아야 선발투수가 좀 더 안정적인 행보를 할 수 있다. 최근 페이스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연이어 타선의 도움을 받는 모양새다. 류현진이 앞으로 메이저리그서 10승, 아니 15승 투수로 거듭나고 싶다면 타선 지원이 든든할 때 좀 더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여야 한다. 승리는 따냈지만, 분명 개운치 않은 경기였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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